오래전 뉴욕 한인타운 플러싱을 지인과 함께 걷던 나는 재미있는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매일잔치집’이라는 식당간판이었다. 외국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동포들이 친지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잔치가 매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일 년 내내 휴일을 보내고 있다면 스포츠도 일하는 것만큼이나 지루하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에 등장하는 짧은 대사도 떠올렸다. 매일 잔치를 벌인다면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 자리를 함께하는 사람조차도 오래지 않아 피곤하게 된다. 축제가 커질수록 악마는 더 독해진다는 독일 속담도 잔치나 축제가 남길 일상 속의 허탈감을 경고한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만은 갈등과 증오를 넘어 화해와 평화를 우리 땅에 불러오는 즐거운 축제로서 앞으로도 그의 생명력을 계속 보여주어야 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철회를 계기로 ‘코피(bloody nose) 전략’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핵시설 등을 제한적으로 정밀 타격하되 동시에 항공모함 같은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집결시켜 ‘북한이 보복하면 완전히 섬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북한의 대응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주먹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한 방 쳐 코피를 터뜨리면 전의를 상실할 것이라는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빅터 차 석좌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구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우려를 표명했다가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신보도들을 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담당자들이 빅터 차 석좌에게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대피를 도울 준비가 돼 있는지를 질의하자 그가 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고한 한·미동맹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에 단순한 오랜 동맹국 그 이상”이라며 “우리는 전쟁에서 나란히 싸웠고 평화 속에서 함께 번영한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이를 위해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이 단단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크다. 흔들림 없는 동맹관계를 천명함으로써 북핵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있다는 국내외의 우려와 비판에 일침을 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대북 원칙을 수시로 뒤집은 탓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계기로 지지층과 여권 내부에서조차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논란은 정부 정책 불신의 대표적 징표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중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실시 발표 하루 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선 배치’로 입장을 바꾼 것이나 사드 배치에 앞서 반대 시민을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단독·확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극동지역 개발 등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핵은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두 정상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했지만 해법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은 다른 때보다 더 주목받았다. 6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의 역할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대북 국제 제재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한반도는 순식간에 화약 냄새에 휩싸였다.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항모강습단, 전략폭격기 같은 전쟁 이미지가 이 땅을 뒤덮고 있다. 차원이 다른 조치, 더 강력한 대응, 군사적 옵션, 자멸, 최고의 적의, 최강의 무기, 최악의 언어가 좁은 한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을 빼앗는 이런 소란과 불안에도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이 실패는 북핵 문제를 외면했던 오바마 때문만도 아니고, 남북관계를 단절한 이명박·박근혜 때문만도 아니다. 한·미 모두의 실패이자 트럼프·문재인 대통령 공조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은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대화 거론이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어제 고조되는 북핵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5대 긴급 제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고, 6자·4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재개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들의 전면적 쇄신도 요구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다른 야당들과 달리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야당의 모습이다. 이 대표가 “강대강 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감한 대화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한 것은 현실을 정확히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원칙도 전략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정부의 북핵 대응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큰 틀의 전략과 정교한 실천계획을 마련해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현안에 대한 임기응변식인 데다 그나마 군사적 대응 위주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탄도미사일 발사나 고성능 폭탄 투하 훈련으로 맞대응하는 게 대북정책의 전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북한의 도발적 행태에 대한 임시적 조치일 뿐 적절한 북핵 문제 해결책은 아니다. 북핵 도발에 대한 도덕적 응징이나 분풀이는 될지 몰라도 북핵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북핵 대응과 관련해 최근 현안으로 등장한 것이 전술핵 재배치와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처음 공개 거론한 전술핵 재배치 전략은 소규모 핵무기를 주한미군에 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