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국회는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강력하고 실효적 제재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대북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제1야당이 빠진 ‘반쪽 결의’가 됐다. 그 시간에 한국당은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음모를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은 “안보 문제만은 초당적으로 임한다”면서 이날 열린 국방위·정보위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 참여하긴 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국회를 뛰쳐나와 고용노동부와 대검을 항의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다. 지금 우리는 북핵이 턱밑까지 다다른 최악의 안보위기에 처해 있다. ..
얼마 전 개봉되었던 영화 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변에 갇혀 있던 19만8000명의 영국군과 14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벨기에군을 영국의 군관민이 합동으로 구출해내는 기적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비록 전쟁의 서막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으나 철수 작전에 성공함으로써 영국은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총력전(total war)의 시대, 전쟁이 벌어지면 온 국토와 전 국민이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력을 하나로 단합시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서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전쟁 기간 중 조지 6세가 머물던 버킹엄궁은 7차례나 폭격당했지만, 국왕은 런던을 떠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궁이 폭격당하는 장면과 국왕의 건재함을 홍보영상으로..
북한이 어제 새벽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발사지점에서 2700㎞ 떨어진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비행거리로 볼 때 미국의 괌을 사정거리에 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된다. 이는 한·미 양국군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대응 차원을 훨씬 넘어선 도발이다. 특히 이번 도발이 한국과 미국이 대북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한다.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강력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도발이 용인할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고 본 것이다. 군은 맞대응 차원에서 MK84 폭탄 8발 투하훈련을 실시하고, 한국..
분단 이후 한반도가 지니는 지정학적 의미는 강대국들 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서 특정 국가에 의한 한반도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자간 무역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극우 성향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나서서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새로운 물증이 나왔다. 바로 북한 경제의 성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는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17년 만의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지표만이 아니다. 장마당 등 시장이 활성화하고, 시장에 나온 소비재의 거개가 중국산에서 북한산으로 바뀌었다. 내수산업이 회복하고 농업생산성도 증가했다. 대북제재가 성공적이라면 북핵 개발 억제 혹은 경제파탄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일성 시대 북한 경제는 남한을 압도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크고 주민 개별 삶도 상대적으로 윤택했다. 냉전시대 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진영 내 무역과 지원의 결과다. 그러나 이번 경제 성장은 성격이 완연..
정부의 남북 군사회담 및 적십자회담 제의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부정적 기류를 보였다.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엇갈린 반응은 예상됐던 일이다. 국제사회의 북핵 대응 기조를 기존의 압박과 제재에서 대화와 압박의 병행으로 바꾸는 초기 과정에서 얼마든지 표출될 수 있는 차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정이나 설득 노력을 통해 해소할 수 없는 심각한 갈등이나 근본적인 이견이라고 볼 수는 없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도 대북 대화 전에 충족돼야 할 조건이 존재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확인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과의 핵협상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군 지휘부를 겨냥하는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 합참은 유사시 북한의 지도부를 표적으로 하는 전략무기 발사 장면 영상을 대거 공개했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가상의 평양을 타격하는 장면은 자극적이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맞대응으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한국이 더욱 엄중하게 만드는 형국이..
이제는 아프지만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꾸려지고 있는 이즈음 북핵 문제의 새로운 해법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과연 그 기대감이 기대만큼 충족될 수 있을까. 새 정부가 선거 국면에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방침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 마련돼 있다는 인상을 풍겨왔다면 이제는 솔직하게 이를 벗어던져야 한다. 비핵화 문제가 이 시점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지금 단계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말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며 희망사항이다. 한마디로 말해 핵은 북한에 있어 심장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저들은 핵이야말로 자신들을 살게 하는 자부심이며 원동력이라고 여기고 있다. 5차에 걸친 실험으로 자신들의 심장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