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전·현직을 통틀어 사법부 수장이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로 법정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됨으로써 8개월간 계속된 사법농단 수사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러나 수사가 종결된다고 단죄까지 끝나는 건 아니다. 양 전 대법원장 1인의 책임을 묻는다고 사법부 전체가 달라질 리도 없다. 시민의 기본권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사익과 맞바꾼 추악한 거래가 다시는 없도록 발본적 사법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모두 296쪽에 달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는 47개 범죄사실이 적시됐다. 일제 ..
검찰개혁에 이어 법원개혁에 대한 국민 여망이 뜨겁다. 법원이 사법개혁 귀착지라는 점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사법부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끊임없이 검찰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사이에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에 총력을 쏟았다. 현직 법관이 입법 로비를 위해 국회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찍이 몽테스키외 이래로 정립된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에 가깝다. 법관 사찰, 재판거래 의혹, 법원비리 수사 기밀 유출 및 비자금 조성 사건 등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모습이 기업의 행태와 흡사하다.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는 국민들은 참담한 심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관이 누구던가. 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
최근 영화 에서 다뤄진 ‘약촌오거리 사건’의 진범에게 15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사건 당시 유일한 목격자였던 ㄱ씨는 되레 범인으로 지목돼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ㄱ씨가 겪은 부당한 처사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 수사관의 과오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강압에 의한 ㄱ씨의 ‘거짓 자백’을 걸러내지 못한 사법시스템에 의해 범죄가 완성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인간의 이성은 합리적”이라는 사회과학적 전제는 인지과학과 관련된 각종 연구를 통해 오래전에 이미 붕괴됐다. 연장선상에서 범죄에 연루된 가해자와 피해자, 목격자뿐 아니라 범죄를 수사·기소하고 이를 재판하는 형사사법의 당사자들도 집단오류에 빠질 수 있다. 우리 법제는 1차 수사기관을 직접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구비하지 않은..
검찰 이슈가 연일 뜨겁다. 거대한 변화가 느껴진다. 파격적이고 참신한 인사에 새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취임 후의 행보를 보면 촛불시민의 목소리에 조응하여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상의 검찰 과거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에 검찰조직은 사태의 향방을 숨죽여 주시하고 있다. 검찰개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는 권력이 또 있다. 바로 사법부다.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판사 출신이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된 사실 자체가 사법부를 긴장하게 한다. 검찰에는 정치로부터의 중립성 확보가 화두지만 사법부는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문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수장인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된 일이다. 개혁의 시대에 사법부도 예..
혼란스러운 시대상황에서 사법부가 사법개혁을 주도해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고 법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사회적인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집회·시위와 관련한 행정법원의 결정이나, 원격 심리절차 시행 등은 법원이 사법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모를 시도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사법제도 운영에서 사법 소비자 친화적 개혁, 판결문 공개를 통한 합리적인 사법통제 기반 조성, 그리고 신속히 해결되어야 할 전관예우 문제 등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법 소비자 친화적 개혁의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게 많다. 먼저 현행 전자소송제도를 좀 더 확대해 모든 법원행정이 전자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거래 자체가 온라인화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