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선거제·검찰개혁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9일 자정을 넘겨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를 열어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한국당은 이날도 회의장 봉쇄 등 온갖 수단으로 법안 저지에 나섰으나 무위에 그쳤다. 개혁입법을 지지하는 시민의 염원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됨에 따라 ‘1987년 체제’의 제도적 유산인 선거제와 검찰개혁을 위한 역사적 발걸음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선거제 개혁은 사표를 줄이고,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민심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의 오랜 과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제 첫발만 뗐을 뿐이다. 선거제 개혁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앞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안을 도출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회동에서 선거제 단일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에 대해 타결지었다. 공수처가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관련 사건에만 기소권을 갖는 바른미래당의 절충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진 것이다. 내홍이 극심한 바른미래당을 필두로 각당의 추인 과정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선거법 패스트트랙 ‘골든타임’을 가까스로 지켜낸 셈이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각당의 추인을 거쳐 오는 25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작업을 완료키로 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처리하..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2월24일이 생각난다. 그때 경남 창원에서 열린 촛불집회 연단에 24세의 청년노동자가 올라왔다. 20세에 취직해 4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전기공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궁금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 자기 삶이 나아질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지금, 그 노동자의 삶은 나아졌을까? 정권은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다. 하루하루 들려오는 소식이 참혹하다. 지난 11일 24세의 청년노동자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라는 어머님의 절규가 가슴을 찌르며 파고든다. 지난 3일에는 3번의 강제집행을 당하며 갈 곳이 없게 된 30대 철거민이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
여야 5당이 지난 주말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정치개혁은 곧 선거제 개혁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그 첫걸음을 뗀 의미가 크다. 모처럼 정치권이 시민 여망에 부응한 것은 실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며 열흘째 단식 농성 중이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을 중단했다. 지지부진한 선거제 개혁 이슈에 불을 붙이고 여기까지 견인한 두 대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이번 합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것과 비례대표 확대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합의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합의문을 뜯어보면 ..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진전된 입장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고 결정하고, ‘내년 1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혁안 합의-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의결’의 일정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동맹’을 맺기 전 야 3당이 제안했던 합의문 초안에 근접한 내용이다. 야 3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집권여당이 한국당과 합의해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선거제 개혁의 성패 관건은 한국당으로 모아진다. 선거제도는 권력의 생성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에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역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린 사안이기도 하다. 여당과 제1 야당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선거제도 개편을 ..
정기국회의 가장 큰 숙제인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처리됐지만 연말 정국은 암울하다. 선거제 개혁을 뺀 예산안 합의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혁과제에 앞으로 협조하기 어렵다며 싸늘한 분위기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협치종료를 정식 선언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농성 5일째다. 지금 국회는 ‘유치원 3법’을 포함한 민생법안과 사법개혁,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시급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쯤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이런 현안들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개회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누구보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야 3당이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