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다는 말로도 모자란다. 수백 명의 목숨이 달린 경각의 순간에 “깜빡 잊고” 구조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공무원이 있다. 구해야 할 사람이 얼마나 되는 줄도 모른 채 ‘먹통 출동’을 했다는 구조대원도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해양경찰의 부실 대응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법정 진술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면서 다시 한번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제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은 울분과 탄식으로 가득 찼다. 증인으로 출석한 목포해경 소속 123정 김모 정장의 황당한 증언 때문이다. 해경 123정은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사고 해역에 도착하고도 적극적 구조에 나서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법정에서 김 정장은 상부의 선체 진입 지시에 따르지 ..
독립적 수사·기소가 가능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과 농성,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 416명은 그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닷새간의 ‘416 국민농성’에 돌입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 이후 8년 만에 거리로 나선 영화인들은 엿새째 릴레이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집권세력은 이들의 절규를 언제까지 외면하려 하는가. ‘416 국민농성’은 세월호 참사 발생일인 4월16일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명명됐다. 주부와 대학생, 고교생, 스님, 수녀, 변호사, 용산참사 유가족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다. 일부는 고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의 단식에도 동참했다. 농성 참가자들은 수사·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봉준호, 박찬욱, 변영주, 임순례 ..
으로 유명해진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2008년도에 찍은 영화 는 언뜻 별나고 정신이 좀 이상한 청년에 대한 영화인 것 같지만, 세월호 사건을 거치고 나서 보니 정신이 좀 아프고 외로운 청년 하나에 대해 동네 전체가 어떻게 그를 돌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 시골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는 스물일곱 청년 라스는 지나치게 내성적이다. 엄마가 그를 낳으면서 죽고 형은 일찍 집을 나가 외롭게 자랐지만, 외롭게 자란 것치고도 지나치게 내성적이라 아버지가 살던 집에서 임신한 아내와 사는 형이 이사를 들어오라고 해도 꿋꿋이 차고에서 산다. 다른 사람과의 교제도 전혀 없어서 형과 형수는 물론 마을 사람들이 다 걱정할 정도다. 그런데 이 청년이 직장 옆자리 오타쿠 동료가 보여준 사이트에서 리얼 돌, 그러니까 ‘섹스 돌..
오는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로 한 것은 종교와 종교지도자의 진정한 사명을 새삼 일깨워준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끝난 뒤 제의실에서 세월호 유족과 학생들을 따로 만나 충격과 슬픔을 위로하며 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교황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노동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낮은 곳의 사람들’이 대거 천주교 측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다. 평소에도 바티칸 쓰레기 청소부들을 초청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어제부터 8일까지 예정되었으나 열리지 못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치,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특히 7·30 재·보선 승리 후 새누리당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져 이대로는 청문회가 이 달에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된 지 두 달을 넘겼지만 여야가 함께 국정조사를 한 것은 기관보고를 받은 8일에 불과하다. 세월호 진상과 책임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아예 중단된 상태다. 최대 쟁점인 진상조사위의 수사권 부여와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오던 여야가 재·보선 후엔 손을 놓고 있는 꼴이다. 선거 참패로 제 몸 가누기에도 벅찬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을 이끌 동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