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죄인입니까.” 지난 2일 경찰에 가로막힌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절규하듯 한 말이다. 이들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지 135만여명분을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면서 청와대로 향하던 중이었다. 세월호 참사 144일째. 추석을 앞둔 세월호 가족들은 ‘거꾸로 선 세상’에 살고 있다.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가족들이 단식과 농성과 삼보일배까지 하면서 호소해야 하는 세상. 사회적 위로와 공감과 치유의 말은커녕 “시체장사” “유가족충” 등 온갖 모욕의 말과 행동들을 견뎌야 하는 세상.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죄인’이자, 일상 복귀를 바라는 ‘일반 국민’의 바람을 거스르는 ‘반(反)국민’으로, 사회적 ‘왕따’로 몰리고 있는 세상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잘잘못을 따지다가 정 안되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 뭐야?” 이 말은 연령차가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선 “너 몇 살이야?”로 변형돼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말은 일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나와 너의 관계로 일을 해결해 보겠다는 억지라는 데서 기본적으로 똑같습니다. 당신 뭐야라는 물음은 당신이 어떤 권위가 있어서 이렇게 따지느냐는 물음입니다. 일의 옳고 그름을 권위의 있고 없고의 문제로 변질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죠. 대개 이런 말은 자신의 사회적 권위가 상대방보다 좀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 먼저 꺼내기 마련입니다. 너 몇 살이냐는 물음도 같습니다. 나이가 곧 계급인 사회에서 계급을 밝히라는 것이죠. 물론 딱 보기에도 나이 든 사람이 묻는 게 보통입니다. 이런 억지에 “내가 누군 줄 알기나 해?..
검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시국선언과 조퇴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이모 교사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피의자들의 주거 및 직업관계 등에 비춰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합리적 판단으로 본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자 바로 다음날 김 위원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재범 가능성,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구속 필요 사유로 제시했다. 사안의 중대성은 차치하고라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근거로 든 것은 어이가 없다. 전교조는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해 인멸할 증거가..
정부가 어제 제2의 세월호 사고를 막기 위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노후선박 연령 제한을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하고 영세 노선에 공영제를 도입하는 게 주된 골자다. 안전투자가 소홀한 노선은 정부가 직접 선사 운영에 참여해 안전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신규 선사의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 안전검사 대행을 해외 선박검사기관에 개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나라 해양사고의 마침표가 되도록 안전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자는 해수부다. 해운조합이 맡고 있는 운항관리자와 해경의 연안여객선 관리 업무가 정부로 이관되는 데다 공영제 도입도 조직 확대와 맞물려 있다. 세월호 ..
2만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단식을 하겠다고 나섰다. 450만명이나 되는 국민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서명했다. 두 아이의 평범한 아버지,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장기간 단식으로 촉발된 국민 동조 단식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김영오씨와 고통을 함께해야 한다는 공감 속에서 시작된 동조 단식은 이제 종교계와 예술계, 정치인, 시민사회단체를 넘어서 일반인들까지 확산되고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동조 단식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왜 이러한 단식투쟁이 군사독재시절도 아닌데, 박근혜 정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정치적 저항으로서의 단식은 극한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나타났다. 영국의 식민지배에 저항하기 위해 18회나 단식투쟁을 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감옥 안에서 죄수들의 인권투쟁을 ..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전임 회장 7명이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변협의 정치적 중립성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변협 회장을 지낸 정재헌 변호사 등 4명은 어제 위철환 현 회장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앞서 김두현 전 회장 등 3명도 정 변호사 등과 모임을 갖고 의견을 조율했다. 대부분 보수 성향인 전임 회장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방안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고 한다. 변협은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부터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맡아왔다. 그 일환으로 진상조사위에 독립적 지위를 부여하고 수사·기소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세월호특별법안을 입법청원했다.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세월호 가족의 뜻을 반영한 것이었다. 변협의 이러한 활동은 지극히 온당하다. 변협 웹사이트를 보..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된 후, ‘뉴욕타임스’에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그 제목은 “In Ferry Deaths, a South Korean Tycoon’s Downfall”(여객선 사고, 한국의 한 부호의 몰락)이었다. 200개에 육박하는 댓글 중 유독 하나가 눈에 띄었고, 한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에서도 화제가 됐다. “북한은 공산주의의 문제를 보여주고, 남한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보여준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물론 그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한국 자본주의의 어떤 측면을 폭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문제의 기사를 읽어보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목포해양대학원 김우숙 학장은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가 그 정도로 많은 화물을..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어제 단식을 중단했다. 45일 만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4일 단식에 돌입한 김씨는 병원 이송 후에도 식사를 거부해왔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남은 딸 유나양과 노모의 눈물 어린 호소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김씨를 비롯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에게 답을 내놓을 때다. 김씨는 목숨 건 단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잊어가던 시민들의 양심을 다시 깨웠다. 그의 아픔에 공감한 수만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혹은 각자의 일터에서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위로하는 장면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의 관심까지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가족 뜻과 동떨어진 여야의 특별법 합의가 무산된 것도 김씨 단식의 영향이 컸다. 김씨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