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어제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한 증언은 청와대가 그간 어떤 잘못을 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청와대가 수차례 국정농단 사태를 막거나 중지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걷어찼던 것이다. 권력 감시와 견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권력기관은 범죄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이석수 전 감찰관은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 “재단을 한번 만들면 없애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데, 정권 2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만들어놓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4~5월 처음 첩보를 보고 재벌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단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라고 해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갖은 악행으로 지난여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검사직을 수백억원대 부정축재 수단으로 활용하고도 계속되는 거짓 해명으로 시민들의 공분을 샀던 점에 비하면 형량이 너무 낮다. 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대표에게서 공짜로 받아 120억원의 차익을 거둔 주식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무상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가 과연 한국 사회에서 검사가 갖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진 전 검사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최측근으로 검찰 내 실세였다. 김정주 대표는 검찰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주식을 준 것이 ‘보험’이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진 전 검사장과 한 식구였던 검찰은 징역 13년에 추징금 13..
눈물에는 여러 가지 눈물이 있다. 기쁨의 눈물, 억울한 눈물, 겁먹은 눈물, 회한의 눈물, 고통의 눈물, 웃음 끝의 눈물, 마지막 숨을 몰아쉰 눈물, 웃픈 눈물, 거짓 눈물….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상황에 맞춰 이름을 짓자고 하면 세상에는 사람들 생김새만큼이나 많은 눈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날의 눈물은 어떤 눈물이었을까. 지난 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날이다. 남보라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그는 오후 4시53분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입장해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 신분’이란 껍데기만 갖게 된 그는 4분54초간 모두발언했고 우리는 TV로 이를 지켜봤다. 이후 TV로는 볼 수 없는 비공개 간담회가 이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자리였을 것..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이 임명됐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인 미증유의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의 퇴진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방을 둘러싼 ‘7시간 의혹’은 여전하다. 박 특검의 말처럼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수사 대상이나 범위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박 특검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 특검은 국정농단으로 금이 간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95%의 촛불 민심으로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
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나 적시해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2년 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나 지난여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사건 등에서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의 변신은 전적으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을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김종 전 문..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검사. 어제자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사진 속 우 전 수석은 피의자가 아니라 후배 검사에게 명령을 내리는 검찰 간부의 모습이다. 수석직에서 물러났는데도 이 정도이니 현직 때는 그 위세가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은 조사받기 전 수사팀장인 윤갑근 고검장에게 차 대접도 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당시 대검 중수부장(지검장급)이 준 차를 마신 것과 비교하면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예우가 전직 대통령보다 더 높은 셈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은 당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부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어제 검찰에 소환됐다. 우 전 수석 조사를 위한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지 두 달 보름 만이다. 우 전 수석은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가족회사 자금 횡령, 강남 처가땅 특혜 매각, 경기 화성땅 차명 보유, 공직자 재산 허위신고, 의경 아들의 ‘꽃보직’ 압력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우 전 수석 수사에 손을 놓고 있었다. 검찰 수사는 오히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나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를 겨냥했다. 윤갑근 대구고검장 등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수사를 맡은 것부터가 문제였다. 오죽했으면 우병우의 ‘셀프수사’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검찰은 이미 우 전 수석에게 면죄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