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성립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다스리는 죄질이 나쁜 범죄다.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직접 폭력을 가하는 일로 판단이 비교적 쉽다. 협박은 상대방에게 해악(害惡)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갖게 하는 행위다. 그런데 강요죄는 강요에 의해 발생하는 일을 정당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 “폭행,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2심 재판부도 사건의 본질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겁박 때문에 뇌물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규정했다. 이런 이유가 양형에 반영되면서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그런데 강요..
현직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항소심 판결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재용 판결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법관이 다른 법관의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금기처럼 되어 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향해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라 비판했다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도 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 수밖에 없게 된 사법 현실이 안타깝다.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하려면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우리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두 가지 점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다른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들이 증거능력을 인..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5개 혐의가 인정됐다. 하지만 2심에서는 최순실씨 측에 준 용역대금 일부만 인정되고 나머지 혐의는 대부분 파기됐다.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압에 못 이겨 돈을 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최씨를 소극적으로 지원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받은 사실을 들어 강요에 의해 돈을 줬다고 본 것이다. ..
오늘 오후 피고인 이재용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다. 그는 지난해 8월 뇌물과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가 일부 인정되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불복해 항소심 재판을 받아왔다. 변호인과 특별검사 사이에 법리 다툼이 치열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피고인의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재용 측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 승마지원 등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수십억원을 제공한 것은 정당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고, 셋째 아들이었던 이건희 회장과 달리 자신은 외아들이며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 않아 경영권이 당연히 승계될 것이라 부정한 청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비정상적인 합병절차에 대해서는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는 리그최고 타자다. 좌타자 최초로 4연속 시즌 100타점을 돌파했다. 전인미답의 4연속 시즌 3할-30홈런-100타점에도 도전하고 있다. 프로입단 15년차인 그는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적이 없다. 1인자의 자리에 한번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최형우는 지난달 “영원한 2인자로 남겠다”고 했다. 1인자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영원한 2인자로 좋은 성적을 올리자고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그가 편 ‘2인자론’은 새겨들을 만하다. 2인자는 서럽다. 1인자의 그늘에 가려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가 총애한 궁정악장이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걸출한 음악가였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 난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심에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무죄, 위증 유죄라며 석방되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삼성의 뇌물 공여 혐의가 드러나면서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에 대한 특검의 구속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변호인단은 경영권 승계자인 이재용만 모르게 이건희 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경영 승계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블랙리스트 재판에 조윤선이 없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이재용이 없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아니라 주인공 없는 법정이 이들의 목표로 보인다.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서유럽 역사를 살펴보면 합스부르크와 부르봉 가문 등 몇몇 주요 가문이 여러 국가를 분봉하여 통치했다. 당시 사람들은 왕족과 귀족은 평민과 달리 ‘푸른 피(Blu..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등 5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밝힌 기존 8개 혐의를 더하면 총 13개에 이른다.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그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훼손 등 박 대통령 탄핵 사유는 이로써 더욱 분명해졌다. 특검 수사의 최대 성과는 박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검은 433억원의 성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공권력과 국가 기구를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원활한 합병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대가라고 못 박았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핵심인 이동흡 변호사는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79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그룹의 총수가 구속되었다고, ‘삼성 불구속 신화’가 깨졌다고 거의 모든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물론 합법적으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약간 다른 각도에서 역사를 바라보면, 이미 삼성그룹의 회장은 한 차례 권력에 의해 붙잡힌 후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난 바 있다. 1961년 5월28일, 일본에서 귀국한 이병철 회장이 박정희 장군을 ‘만났다’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박정희는 쿠데타에 성공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업인들을 ‘부정축재자’로 지적하고 체포했다. 그런데 그 시점에 이병철은 일본에 있었고 한 박자 늦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감옥에 갈 줄 알았던 그는, 삼성그룹 비서실에 몸담았던 손병두 전 전경련 상근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