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오늘 국회에서 처리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축출 여부를 결정할 의원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역사의 한 장을 마주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더 나은 국가를 향해 행진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갈 것인가. 시민의 뜻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새로운 질서를 세우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적 질서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시민 전체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시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아무런 자격도 없는 최순실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음이 드러났다. 최씨의 국정농단 실태는 그제 국회 국정조사에 나온 최씨의 측근들을 통해 다시 입증됐다. ..
국민들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은 지 30년이 됐고, ‘박근혜’는 그 여섯번째로 선택받은 대통령이다. 어디 순탄한 정권은 없었다. 임기 초 90% 넘는 지지를 받다가 떠날 때쯤에는 곤두박질친 대통령이 있었고,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은 대통령도 있었다. 몇 번의 정권을 지나다보니 주기라는 것도 있다. 취임 초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비리로 걸려들면 정권의 도덕성이 상실돼 국정의 추가 비틀거린다. 측근들, 친·인척 이름이 나오면 국정을 이끌 힘이 쫙 빠진다. “역사는 평가해 줄 것이다. 역사로부터 평가받겠다”면서 ‘역사와의 대화’를 시도하며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곧장 여론의 역풍을 맞고 흐지부지된다. ‘미래 권력’ 자리를 다투는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현재 권력’은 ..
박근혜 정권의 탁월한 재능 가운데 하나는 불리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판을 ‘이전투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범법자와 고발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사안의 본질은 흐려지고 곁가지만 무성해진다. 비리의 몸통은 온존하고 깃털만 치명상을 입는다. 사건이 복잡해질수록 대중은 시선을 딴 데로 돌리게 된다. 정치에 대한 혐오, 공동체를 향한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청와대가 다시 회심의 카드를 꺼내든 모양이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관련 문건을 작성·유출한 배후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박지만 EG 회장 측근 등이 참여한 ‘7인 모임’을 지목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한 뒤 특별감찰을 해 이 같은 결론을 내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
검찰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관련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박관천 경정이 작성했다는 ‘찌라시’의 유출자와 유출 과정을 밝혀내는 일인가. 온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인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검찰의 행보 때문이다. 검찰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 2명을 체포했다. 이들로부터 문건을 넘겨받은 한화그룹 직원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 문건 외에 언론에 보도된 다른 문서의 유출 과정까지 모두 수사할 것이라고 한다. 유출 문제에 관한 한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비선 개입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는 소극..
‘비선 실세’로 지목돼온 정윤회씨가 개입된 ‘승마협회 사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씨 편을 들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경질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박 대통령이 자신을 집무실로 불러 수첩에 적힌 문화부 국·과장을 지목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교체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문화부 국·과장은 정씨 부부가 연루된 승마협회 감사 책임자다. 감사 결과가 정씨 쪽에 유리하게 나오지 않자 청와대에 담당자 처벌을 청탁했고, 박 대통령이 직접 문화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을 인사조치했다는 게 유 전 장관의 증언이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박 대통령이 실은 ‘비선 실세’를 비호하며 진실을 숨겨왔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인사는 장관의 고유권한이고 ..
검찰이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관련 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출발점은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이지만 향후 진전에 따라 예상외의 파장이 일 수도 있다. 검찰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검찰 수사 대상은 두 가지다.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측의 명예훼손 혐의와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의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다. 본류는 당연히 전자다. 명예훼손 혐의를 규명하려면 실제 정씨의 국정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은 전자를 형사1부에, 후자를 옛 대검 중앙수사부 기능을 하는 특수부에 배당했다. 문건 유출에 초점을 두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사건 배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의 의혹 제..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형 의혹이나 국기문란 사건이 터지면 ‘대처 문법’이 있다. 관련 의혹이나 의문을 제기한 언론이나 야당 등을 ‘법적 조치’로 위협하고, ‘정치검찰’의 물타기 수사로 물꼬를 돌리고, 곁가지를 끄집어내 본질을 호도하고,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궁지에 몰리면 “개인적 일탈 행위”로 몰아 꼬리자르기에 골몰하는 식이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을 필두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 등 청와대가 개입된 사건에서 특히 그랬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거론되어온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공개되자, 당황한 청와대와 여당이 예의 ‘본말전도’ ‘책임 떠넘기기’ ‘꼬리자르기’ 수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당장 ‘청와대 문건’의 작성 경위·내용에 대해선 아무런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