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근무하던 지역에서 학교폭력갈등조정단으로 활동할 때 지원요청이 들어왔던 사안이 있었다. 피해진술은 구체적인데 신고된 학생은 그런 일이 없었다며 며칠째 부인하고 있었다. 학부모는 담당교사가 면담과정에서 아이를 협박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맞서고 있어서 학폭조치가 내려져도 양쪽 모두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고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지속적인 손상을 입게 될 상황이었다.이 손상을 중단하려면 학생들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온전히 성찰하여 자기 책임을 배우고 변화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마음에 이르도록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학생과 만나 첫 질문을 했다. “지금 심정이 어때?” 사실이 아니며 억울하다는 학생의 대답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학교가 신음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인을 꼽으라고 하면 선생님들은 주저 없이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든다. 어느 구에서는 두세 학교를 빼고는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서 학폭과 관련된 소송이 제기되어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2011년 학폭이 크게 문제가 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이 만들어졌다. 이후 학폭법에 의해 학폭사항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치열한 대학입시경쟁에 영향을 미치면서 학교는 더욱 황폐화됐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상기해보자. 아이들이 싸우면, 때린 부모는 “이놈아, 친구를 그렇게 때리면 되니? 내가 그렇게 키웠니?”라고 말하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질책하고 타일렀다. 맞은 학생의 부모는 팔다리가 부러지고 병원에 실려가는 정도가 아니라면 “아프..
토론토로 이민을 와서 큰아이는 한국에서와 같은 4학년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청각장애아 특수반이 있는 학교였다. 그 반에는 토론토 여러 지역에서 모인 아이들이 6~7명 있었고, 교사로는 담임과 부담임 두 분이 계셨다. 선생님들은 청각장애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수업을 진행했다. 특정 과목에서 학습 능력이 향상되었다 싶으면 아이들을 비장애아 교실로 보냈다. 우리 아이는 수학을 시작으로 메인 스트림에서 공부하는 과목을 차츰 늘려나갔다. 고교에 가서는 모든 과목을 비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공부도 공부지만, 이 시스템은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장애아와 비장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생활하고 또 서로에게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 더없이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특수학교를 ..
교사의 교육 전문성에 교과교육 외에 비교과교육인 생활교육도 있다. 하지만 교사로서 생활교육을 할 때 위축감과 주저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교사의 교육적 지도를 주저하게 하는 법 중 하나는 학교폭력예방법이다. 가장 힘든 생활교육 사안은 학교폭력이다. 지속성·고의성·심각성 등의 요소를 갖춘 학교폭력 사안은 엄밀한 조사를 거쳐 잘못을 가리고 피해 학생의 상처가 최소화되도록 하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학교에서는 일상적으로 학생 간 갈등이 일어나고 모든 갈등은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교사는 학교폭력의 예비·음모 등을 감지하고 인지했을 경우 신고의무가 있으나 적절히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올해 한 학생이 친구관계에서 갈등이 생겼다. 학생이 한 말이 왜곡돼 다른 학생들에게 ..
‘학교 운동부 폭력 사건’ ‘여중생 집단폭력 사건’ ‘집단따돌림 자살 사건’…. 뉴스를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폭력과 관련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2011년 12월 대구에서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투신자살한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매년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통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들과 같이 ‘과연 15세 여중생들의 행동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만드는 심각한 사건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내놓았던 대책들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신호이기도 하다.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
- 7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재벌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 등이 연루된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생들의 폭력 사건은 사회에서 가장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교육 공동체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학교폭력 사건도 문제지만 그것의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숭의초 교사들의 행태는 과연 이들이 교육자로서 인격과 자질을 갖췄는지 의심을 품게 한다. 숭의초는 사건이 불거지자 학생들 사이의 가벼운 장난이라고 했지만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있는 집’ 자녀의 비행을 감추기 위해 담임교사부터 교장까지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에게 사과는커녕 진술을 강요하고 전학을 권유하는 등 비교육과 몰상식의 극치를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피해 학생 부모는 사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