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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부 폭력 사건’ ‘여중생 집단폭력 사건’ ‘집단따돌림 자살 사건’…. 뉴스를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폭력과 관련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2011년 12월 대구에서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투신자살한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매년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통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들과 같이 ‘과연 15세 여중생들의 행동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만드는 심각한 사건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내놓았던 대책들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신호이기도 하다.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 그리고 고학년보다 저학년의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는 점은 학교폭력이 저연령화되고 있어 학교폭력 조기 예방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해 준다. 처벌과 감시보다는 예방 차원에서의 정기적인 교육이 더욱더 필요한 것이다. 최근 소년법으로 인해 집단폭력 사건 가해자들이 강한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며 제기한 소년법 폐지 청원에 27만여명이 참여했다. 이처럼 처벌에 대한 요구는 많으나 예방에 대한 논의는 그에 비해 너무나도 적어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한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굿네이버스에서는 학교폭력을 사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전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공감훈련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폭력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방어자로 나설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에 38만여명이 참여했다. 교육에 참여한 한 학생은 “피해자가 얼마나 힘들지를 공감하게 되니 학교폭력을 대하는 마음이 변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실제로도 모둠활동 때 따돌리던 친구를 교육 참여 후 모둠에 함께 끼워주는 등 아이들의 실질적인 변화도 볼 수 있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6년째 감소하고 있다. 조사결과 수치만 봐서는 우리 사회 내 학교폭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교육부 조사결과와 달리 학교폭력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어떤 수치가 더 정확한 조사결과인지에 대해 여러 논쟁들이 있지만 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논쟁보다 우리 사회가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 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 한 명이라도 학교폭력으로 아파하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이기를 바란다. 더 이상 미봉책을 내놓는 것은 안된다. 수년 동안 많은 피해 사례가 있었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는 충분했을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실질적인 노력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전문적이면서도 아동들의 시선에 맞춰 시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나,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위협받지 않고 안전할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

<조은승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 전략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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