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Absolutely Avoidable).”(뉴욕타임스 10월31일 이태원 참사 보도 제목) 대형 재난 뒤에 ‘만약에’라는 가정을 붙여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복기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도 없다. 그럼에도 이태원 참사를 두고는 ‘만약에’를 뼈아프게 되뇌게 한다. 참사 이전, 참사 발생 순간, 참사 이후 구조·수습 과정에서 너무도 부실하고 무능한 정부의 대응이 드러난 때문이다. 희생자 유족들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운 이 ‘만약에’가 확인시키는 건 이태원 참사에서 ‘국가는 없었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만약에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행사로 대규모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전관리 대책을 준비했더라면 생때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밀집 위험..
취임 초기 허니문 지지율조차 없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의식, 분노가 더욱 높아졌다. 희생자가 155명이라는 소식을 듣던 10월31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길거리 참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긴급상황에서 155명이 무사히 구조된 실화가 떠올랐다. 위기관리 분야의 교과서로 거론되는 유명한 사례다. 2009년 1월,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1549편 에어버스는 이륙 2분 만에 갑자기 날아든 새 떼로 인해 엔진 2개가 동시에 나가는 위기를 맞게 된다. 관제탑 컨트롤러는 가까운 공항착륙을 권했지만, 당시 비행기의 상태를 고려한 기장 설렌버거는 허드슨강 비상착수라는 특단의 결심을 한다. 지상착륙보다 위험성이 몇 배 높은 수상착륙 결정에 관제탑은 당황했으나 더 나은 방법도 없었다...
“하나금융의 보고서를 받고 놀랐다. 하나금융에 요구했던 범위를 벗어났다. 나는 그저 하나금융에 론스타와의 주식인수 계약을 계속 유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었다. 그렇지만 하나금융은 보고서에 주식인수 가격을 깎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담았다. 나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나는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론스타 사건 판정문 241면) 그러나 론스타 사건 판정부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론스타 사건 실무 책임자 손주형 팀장의 증언을 배척했다. 인수 가격을 깎아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증언도 외면했다. 금융위의 내부 문서가 패소를 불렀다. 판정부는 대한민국 금융위는 지문을 남기지 않는 전략을 세웠으나 그 내부 문서에 많은 유죄 증거가 담겨 있다고 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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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9단(왼쪽)과 신진서 9단이 지난 7일 한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1국을 마친 뒤 함께 복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 9단이 지난 2월 14일 한국기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바둑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59)은 바둑 역사상 최고의 여성 기사로 꼽힌다. 입단 3년 후인 1988년 여성 최초로 9단에 올랐고 1983년부터 2013년까지 30년간 여성 세계랭킹 1위로 군림했다. 1990년대 이후 전성기 때는 남녀 통틀어 세계 20위 안에 들었다. 1992년 응씨배 4강에 들어 세계대회 여성 최고 성적을 내고, 2000년 한국 국수전에서 당시 세계 5위 유창혁·1위 이창호·3위 조훈현 9단을 연파하며 우승한 ..
2020년에는 폐지 수거 대란이었다가 지난해에는 폐지 수급 대란이었다가 최근 다시 수거 대란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쓰레기 정책을 보면, 이건 정권 차원의 문제를 떠나서 그냥 환경부가 문제다. 규제부처는 규제부터 해야 하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진흥부처 시늉이다. 환경부는 4대강 죽이기 사업에서 이미 ‘국토부 똘마니’ 이미지를 굳혔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 혈세와 국토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죽이는 데 환경부가 충직한 사냥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낙동강을 보라. 가정집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쌀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무·배추도 마찬가지다. 올 한 해 동안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와 국립 부경대 연구팀이 이러한 조사 결과를 연달아 발표했지만, 대책조차 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공개 사과를 했다고 한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사과받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8년 전 기억이 떠오를 뿐이다. 당시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했다. 사과와 책임은 면책의 동의어였고 탄압의 계고장이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읽던 중이라 더욱 그랬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간을 복기하며 괴롭던 때였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데 실패해왔다. 동시에 사법적 책임 묻기의 한계도 알게 됐다. 한계를 넘어설 방법은 아직 모르겠는데 정치적 책임 묻기는 벌써 실패했다. 박근혜는 파면되어야 하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
‘원시림의 화가’라고 하면, 아마 많은 분이 폴 고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정작 원시림의 열대 식물에 푹 빠져 지낸 사람은 앙리 루소라는 화가다.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한 그는 프랑스 출신인데, 스스로 깨우치고 궁리한 덕분에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의 초기 작품에 조금씩 등장하던 나무나 꽃들이 말년의 작품에는 아예 열대식물로 가득 찬 우거진 원시의 숲을 이룬다. 그렇다고 그가 남미나 아프리카의 열대림을 탐험하거나 여행을 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평생 프랑스는 고사하고 파리를 벗어나 본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거친 바다와 열대 정글을 꿈꾸는 화가였으니, 그야말로 ‘방구석 유람’을 즐긴 진정한 와유인(臥遊人)인 셈이다. 그의 영감의 원천은 식물원과 박물관이었다. ..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체활동을 강권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각국 정부가 노력하지 않으면 비전염성 질병(NCD) 환자가 급증한다는 내용이다. WHO는 “2030년까지 5억명이 심장질환, 비만, 당뇨, 우울증, 고혈압 등에 걸릴 수 있다”며 “의료비만 연간 270억달러(약 38조원)씩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 세계 신체활동 현황 보고서’는 194개국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194개국 중 운동 장려 정책을 만든 나라가 절반 미만이다. 연령대별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나라는 30%”라고 적었다. 보고서는 “청소년 81%, 성인 27.5%가 WHO 권장 운동량에 못 미치며 이는 가정, 사회에 큰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WHO 권장 주당 운동량은 적당한 운동 150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