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론에도 보도되었지만, 얼마 전부터 미국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일의 하나는 미국 국가안전국(NSA)의 젊은 직원이 그 비밀 활동을 폭로한 사건이다. 폭로내용은 국가안전국이 국민의 통신을 거의 무제한으로 사찰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설명에 정보누설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개인적인 배경에 대한 조명이 시도되기도 하지만, 이 사건이 커다란 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 사건은 사건 자체의 중요성을 떠나서도, 일반적으로, 정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동력학의 복합성을 생각하게 한다. 공적 기구 안에서 체제를 벗어난 개인적인 결단은, 동기가 순정한 것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경우라도, 간단한 것일 수는 없다. 현재 스노든은 미국을 떠나 홍콩에 갔다가 다시 모스크바로 가 에콰도르의 ..
계의 는 17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선조에게 성왕(聖王)의 길을 보여주려 한 것이지만, 임금이 아니라도 수신하는 사람에게 두루 해당되는 글들을 모으고 주석을 붙인 저작이다. 유학의 수신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과 함께 몸가짐을 단정히 갖는 일이다. “의관을 바르게 하고, 눈매를 존엄하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가지고 있기를 마치 상제(上帝)를 대하듯 하라. 발가짐은 무겁게 할 것이며, 손가짐은 공손하게 하여야 하니, 땅은 가려서 밟아, 개미집 두덩(蟻封)까지도 (밟지 않고) 돌아서 가라. 문을 나설 때는 손님을 뵙듯 해야 하며, 일을 할 때는 제사를 지내듯 조심조심하여, 혹시라도 안이하게 함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윤사순 역) 이러한 지침이 강조하는 조심스러움은, 왕조시대의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으..
남북 간의 전쟁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나, 급박한 느낌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느낌이 단순한 피곤에서 오는 것인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바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도식적인 관점에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우리 자신의 사태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번 위기와 관련해서 마땅히 추구해야 할 목표는 간단하다. 그것은 전쟁, 특히 핵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통사람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분명한 것이지만, 그것을 정책집행자들에게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이게 할 방도가 없는 것이 문제다. 북쪽의 입장에서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이데올로기이다. 남쪽에서는 그것을 현실적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도덕적 당위로까지 올려서 생각하지는..
김우창 | 고려대 명예교수 북한의 전쟁 위협은 거의 다른 문제를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을 정도로 우리를 압박한다. 그러나 답변은 간단히 발견되지 않는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화제를 돌려,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과제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빈부 격차 문제이다. 이것은 상황이 그렇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심정에 절박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과제가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거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이 문제는 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으로 크게 논해졌었다. 빈부 격차 또는 빈곤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격차가 심한 사회는 하나의 사회로서 온전하게 유지될 수 없다. 최근 조선일보 주최의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내건 주제에도 보다 균등한 부의 문제가 들어 ..
김우창 | 고려대 명예교수 지난달 19일 제네바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의 대표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남에 대하여 “최종적인 파괴”를 말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핵폭탄 등의 대량파괴 무기가 말하여질 때에는, 대체로 전쟁 억제, 평화 수호와 관련하여 그것이 언급되는 것이 오늘의 세계 대세라고 할 것인데, 북은 그것을 전쟁 수단으로 활용할 의도를 단호하게 선언한 것이다. 고 송욱 선생의 1950~1960년대의 생활고를 이야기하는 시에, 죽음에 임박한 여인이, 이승의 삶도 이미 저승의 삶과 다름이 없다고 하면서, “이승에서도 원자탄 그늘처럼/ 미안하고 불안하게 살아왔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이 시가 나왔을 때, 이 시의 풍자적 리얼리즘에 공감하면서도, “원자탄의 그늘” 아래 사는 것 같다는 표현..
김우창 |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근 미국에 있었던 큰 사건은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이다. 우리 신문들에도 보도된 바와 같이, 이것은 20세의 한 청년이 초등학교에 침입하여 20명의 어린이와 6명의 교사 등을 살해한 사건이다. 범인은 학교에 침입하기 전 집에서 어머니를 살해하였고 자신도 자살로 사건을 마감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사건이면서, 우리 모두의 인간관을 어둡게 하는 일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를 포함하여, 어떤 종류의 인간 공동체 이념 그리고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하여 새로운 반성을 요구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사건으로 우리나라에서 크게 보도되었던 것은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 재학 중이던 한국계 학생 조승희의 총기 난사로 32명이 살해되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한 사건이었다..
김우창 | 이화여대 석좌교수 우리 언론에도 보도된 일이 있는,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 이야기는 다시 한 번 되새겨볼 만하다. 외국 언론들에 보도된 것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의 검소한 삶이다. 그는 대통령 궁에 사는 것을 거절하고 수도 몬테비데오 근처의 허름한 농장에 산다. 경호를 맡고 있는 것은 경관 두 명과 다리 하나를 잃어버려 세 발로 다니는 개 한 마리이다. 대통령의 월급은 우리 돈으로 1200만원을 조금 넘어 가지만, 생활비로 80만원을 제한 다음(이것이 우루과이의 평균 소득이다) 남은 돈은 자선사업에 기부한다. 법의 요구대로 공개된 재산은 원래 낡은 폭스바겐 한 대였으나 지금은 부인 소유 농장의 반을 함께 신고하여 2억2000만원 정도가 된다. 단임제이기 때문에 2014년에는 ..
김우창 | 이화여대 석좌교수 지난 10월26일 한국인문학총연합회가 창립기념 행사를 가졌다. 이 연합회는 인문학 관계 학회들을 하나의 모임으로 엮어 보자는 것이다. 사실의 면밀한 조사 검토가 학문의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연구는 그 연구대상에 따라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여러 갈래로 쪼개지는 분과적인 학문을 하나로 종합하는 것도 학문 연구의 중요한 과제이다. 학문은 궁극적으로 세계와 사람의 삶을 전체적으로 또 하나로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 기획이다. 이번에 출발하는 연합회 구성에는 26개의 학회가 참가하였다.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등록된 학술단체는 2011년 현재 7621개에 이른다. 쪼개져 나간 학회들을 연합하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할 것이다. 발표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