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근 언론 매체에 크게 보도된 뉴스 하나는 국내외의 싸이 열풍이다. 싸이는 영국과 미국의 인기가수리스트에서 1등, 2등을 차지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것을 도처에서 느낄 수 있다. 9월 중순 경주의 국제 펜클럽 대회에 참가한 외국작가들은, 내가 만났을 때, 한결같이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 감탄을 표현하였다. 작가들은 경주의 유적과 관리상태, 대회의 조직, 작가들의 발표가 좋았고 길거리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고 말하였다. 주마간산의 인상을 요약하는 잡담의 하나는 한국에서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장바닥에서 음식을 사먹어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미국의 ‘사이엔티픽 아메리칸’지는 한국 과학 연구 현황에 대한 평가를 담은 글들을 실었다. “2012년 ..
김우창|이화여대 석좌교수 적어도 지금의 시점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서려는 여러 후보 지망자들의 정책들은 차이보다는 공유하고 있는 바가 두드러진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그것은 사회 현실에 부딪힘에 따라 또 정책을 맡는 지도자에 따라 천지의 차이로 다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두드러지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사회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성장 과실의 보다 공정한 분배 그리고 그것을 위한 체제의 정비가 다음 정권의 과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후보자들의 견해이기도 하지만, 두루 일반화된 생각이기도 하지 않나 한다. 많은 사람에게 한국사회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게 된 것이다. 맹렬하게 앞을 향하여 나아가다 보면, 일단 멈추..
김우창 | 이화여대 석좌교수 가까운 일본에 일어난 지진이나 백두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한 기초 위에 놓여 있는가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삶이 자리하고 있는 지각판에 대한 걱정은 인간 실존에 대한 형이상학적 불안에 가깝다. 환경 문제들은 천재보다는 인재라고 하겠지만, 인간이 저지르는 잘못으로 자연이 재난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깝게 닥쳐드는 사회나 정치의 문제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인 것이 오늘의 우리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뉴스 보도를 쫓아가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부정, 부패, 독직, 폭력, 폭언의 사건들이 터져 나온다. 이것은 사회 전체에 거의 천재지변의 규모로 계속적인 충격을 가하는데..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결선 투표가 지난 일요일에 있었다. 이 글이 신문에 실릴 즈음에는 그 결과가 이미 알려져 있을 것이다. 지난 수요일에 있었던 TV 토론 후의 여론조사는 여야 두 후보의 지지율이 46.5% 대 53.5%라고 한다. 지지율이나 신문 논평들로 보아 사르코지 대통령이 낙선하고 올랑드 후보가 당선할 확률이 크다고 하겠다. 재임 중의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은 것은 드문 일로서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던 1981년 이후 처음이고, 올랑드 후보가 당선된다면, 사회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테랑 대통령 퇴임 후 17년 만이라고 한다. 이번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그런 대로 안정돼 있던 정국의 교체를 요구할 만큼 프랑스인들의 위기의식이 커졌다는 말..
김우창 | 이화여대 석좌교수 대중매체에 보도되는 사건들을 쫓다 보면, 저절로 종말론자가 될 수 있다. 세상이 곧 끝장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큰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큰 사건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상관없이 신문 매체의 보도는 신속해야 하고 또 현실에 직접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어야 한다. 좋든 나쁘든, 이것은 매체의 생존 조건의 하나이다. 그러니 이번 칼럼도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하려는 것은 시간이 조금 지난 독일 정치 이야기이다. 지난 3월18일에는 독일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여야 여러 당의 합의로 후보가 된 요하힘 가우크 목사가 대통령 선출대회에서 절대다수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당선..
예부터 한국인의 큰 관심사는 -개인적인 인생 문제 다음으로- 정치이다. 이제 큰 선거들이 다가오니, 정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인의 경우가 아니라도,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가 ‘시대의 자식들’이라는 시에서 “하루 내내, 밤중 내내, 모든 일은-당신의 일, 우리 일, 그들의 일은/ 모두 정치이다”라고 한 것은 오늘의 세계에 두루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세태를 말한 것이고, 심보르스카 자신이 정치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말은 아니다. 이 시는 “정치가 번창하는 가운데에도, 사람들은 죽고/ 동물은 죽고, 집들은 불타고,/ 들녘은 황폐해져/ 상황은 정치적이지 않던 태곳적과 다름이 없다”는 말로 끝난다. 199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심보르스카가 지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