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배 여성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열심히 하겠습니다!” 외치는 듯 보인다. 온몸의 근육은 긴장되어 있고, 목소리는 무엇인가를 주장하듯 힘이 실려 있다. 실제로 일을 맡으면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임무를 완수한 후에는 미진함을 느끼며 안타까워한다. 자주 근육 통증에 시달리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혼신의 힘을 기울이듯 살다가 한 번씩 신체 에너지가 방전되는 상황을 맞는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까? 그녀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대화하는 일에도 온 힘을 기울여 남자가 부담스러워하며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 삶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젊은이들을 드물지 않게 만난다. 그런 ..
그녀는 만날 때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 막판에는 늘 어머니의 불같은 분노로 끝맺게 된다고 했다. 명절 선물을 노골적으로 불만족스러워했고, 남편과 아기가 있는데도 쌀쌀한 날씨에 보일러를 틀지 못하게 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어떻게든 착한 딸 노릇을 하려고 애썼다. 한동안 부모와 관계를 단절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 오히려 나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효도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있는가 싶었다. 다음에는 부모와 심각한 상호의존 관계에 있어 박해하는 대상이 필요한가 싶었다. 1년 이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은 후 처음으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부모가 부자예요? 부모한테서 받을 유산이 많아요?” 꽤나 깊은 무의식을 자극하는 질문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