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객관적으로 ‘옳은 것’이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이 정해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도 반드시 옳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일부 몰지각한 과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기적’이며 ‘이타적인 행동’은 자신이 나중에 도움이나 인정을 받기 위한 ‘호혜적 이타주의’라고 치부해버린다. 만약 옳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고대 인도의 위대한 서사시 ‘마하바라타(Mahabarata)’에 전설적인 유디스티라 왕과 그의 네 동생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유디스티라, 비마, 아르주나, 나쿨라, 사하데바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한 여인 드라우파디와 결혼한다. 다섯 형제와 그들의 아내 드라우파디는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준비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소중..
1988년 서울올림픽이 시작하기 직전, 나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민 가방 두 개를 들고 보스턴 로건공항에 도착한 뒤 기나긴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종교와 문명, 특히 그것들이 기록된 고전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운 좋게 석유재벌 록펠러가 하버드대학에 지어준 기숙사에서 1년 동안 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냈다. 새끼 거북이가 알에서 깨어나 1년 동안 생존하기 위해 바닷속 심연으로 들어가 미역줄기로 연명해야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이 기숙사는 4층 건물로 한 층에 스무 명이 거주한다. 중간에 부엌이 있어 각자 식사를 해결한다. 각 층에는 화장실과 샤워장을 공유하는 다섯 개 방이 한 유닛이다. 싫든 좋든 다섯 명이 1년간 함께 살아보라는 학교의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미국에 오기 전에 외국인을 거..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 거북이는 다른 모든 생명들이 그러하듯 신비하기만 하다. 수십 개의 조그만 생명체가 모래 속에서 꿈틀거리며 위대한 생명을 시작한다. 태어난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은 새끼 거북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아는 것처럼, 저 멀리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태양빛에 반사된 빛의 파장을 따라 바다를 향해 단호하고도 후회 없이 힘차게 나아간다. 새끼 거북이의 인생 여정은 어미 거북이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미 거북이가 바다를 횡단해 자신의 고향 해안까지 헤엄쳐오는 여정은 매 순간 죽음과의 사투다. 호시탐탐 상어와 고래가 노리고 있고, 인간이라는 동물이 막강한 무기로 언제든 자신들을 포획해 죽일 수 있다. 어미 거북이는 바다의 파고가 제일 높은 날, 여름 중 가장 뜨거운 날, 거칠고 높은 파도를..
어릴 때 방학이 되면 친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 지냈다.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할머니의 땀과 사랑이 배어 있다. 할머니는 어린 손주에게 모든 것을 허용했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문지방 위에 서지 마라!” 할머니는 내가 문지방 위에 서면 집안으로 들어오는 복이 달아나고 귀신이 나를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때만 되면 문지방 위에서 놀다 할머니한테 혼나던 기억이 난다.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장소가 있다. 내부를 외부로부터 구별하기 위한 특별한 공간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기다린다. 이곳은 내부도 아니고 외부도 아닌 ‘가물가물한’ 장소이기 때문에 현관(玄關)이라고 불렀다. 건축에서 현관이란 주택의 정면에 낸 출입구를 이른다. 지금은..
이른 아침에 동네 한 바퀴를 뛰다 보면, 더 이상 숨이 차서 숨이 곧 멈출 것 같고, 심장이 너무 뛰어 터질 것 같은 한계에 부딪힌다. 달리기를 시작한 초보자는 그 순간에 쉽게 멈춰 선다. 숨을 몰아쉬면서 손을 허리춤에 대고 천천히 걷는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르면,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다시 한계에 닿으면, 멈추는 행위를 반복한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 무시무시한 ‘동물’이 하나 있다. 나에게 항상 패배를 안기는 ‘괴물(怪物)’이다. 영어 단어 ‘몬스터(monster)’는 괴물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해준다. ‘몬스터’라는 단어의 의미는 ‘한쪽과 다른 쪽을 구분하는 경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몬스터는 나에게 익숙하고 게으른 과거로 돌아..
인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단 한 번의 여행을 떠나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어리석다. 우선 자신이 가고 싶은 장소를 선정하고 그곳으로 가는 최적의 지름길을 찾아야 한다. 남들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는 사람을 ‘영웅’이라 부른다. 그가 가는 곳은 GPS에도 없고, 지도에도 없고, 안내책자에도 없다. 찰스 다윈, 헨리 포드, 에이브러햄 링컨, 알렉산더, 마리 퀴리, 라이트 형제, 모차르트 등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영웅들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들어올린 한 발 한 발이 새로운 길이 되었다. 아브라함 종교의 창시자들인 아브라함, 모세, 예수, 무함마드도 날마다 새로운 길을 떠났던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부정적 수용능력’이다. ‘부정적 수용능력’이란 자신을 엄습하는 불안..
‘네 테 쿠아이시베리스 엑스트라(Ne te quaesiveris extra).’ 이 라틴어 문구를 번역하면 “당신과 상관없는 그 어떤 것도 추구하지 마십시오!”이다. 19세기 미국 사상가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1841년에 이라는 에세이를 썼다. 은 미국의 정신적인 ‘독립선언문’이다. 미국은 유럽이 독점해왔던 과학, 예술, 철학 전통을 떠나 스스로 자립하려 시도하였다. 우리는 흔히 ‘인간은 무엇인가?’ 혹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중요한 철학적이며 신학적인 질문을 탐구할 때, 과거라는 전통에 도움을 청한다. 과거의 인물들이 정교하게 장식된 분묘(墳墓) 속에 남긴 이야기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한다. 이 분묘에는 과거의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과 그들의 사상을 숭배하는 학파들의 이론과 창시자를 신격화한 종파의..
‘천재’는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 19세기 말 미국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자기 자신의 생각을 믿고 자신에게 진실한 것이 인류 모두에게 진실하다고 믿는 자를 천재라고 정의한다. 내 자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나는 그 생각을 가장 위대한 것으로 믿을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각을 헤아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 쉽게 외부적인 평가와 기준에 우리를 맞추려 한다. 천재는 자기 자신 마음의 심연(深淵)에 숨어 있는 자신만의 욕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행동으로 옮긴 자다. 자신만의 생각은 자신의 DNA처럼 각자에게 특별하다. 자신의 영적인 DNA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 특별한 DNA는 안 보이지만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중력과 같다. 모든 사람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