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기적은 없었다. 아니 기적은 있었다. 민주통합당이 그렇게 감동 없고 죽을 쑤는 선거운동을 하고도 3%차로밖에 지지 않은 것은 기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선거결과에 실망은 했지만 ‘멘붕’ 상태는 아니다. 황석영 작가처럼 “선거에서 지면 프랑스로 이민 가 밥장사나 하겠다”고 대중들에게 으름장을 놓을 정도로 선거결과에 목을 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황 작가가 2007년 대선 때도 이명박이 당선되면 세상이 끝장날 것처럼 난리를 치다가 정작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이 대통령을 따라 해외순방까지 간 전력을 생각하면, 얼마 뒤 이민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따라 해외순방이나 가지 말기를 빈다. 충정은 이해하지만 제발 책임도 지지 않을 이민 운운하는 협박으로 대중을 윽박지르는 지식인의 사..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나를 잊지 마세요.’ 물망초꽃의 꽃말이다. 그렇다. 대선 때만 되면 북한은 나를 잊지 말라고 자신의 존재를 알려온다. 1987년 KAL기 폭파사건이 대표적 예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로켓 발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로켓 발사가 그들이 싫어하는 냉전보수세력을 돕는 것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북한 지도층이 대대손손 멍청한 것일까? 아니면 겉으로는 대립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안보논리로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우리의 냉전정권은 북한에 군사세습정권이, 북한은 남한에 냉전보수정권이 필요한 적대적 상호의존관계 때문에 냉전보수세력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행동으로 어느 쪽이 득을 보느냐는 관심이 없고 단순히 몸값을 올리기 위해 가장 극적인 순간..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역시 안철수 후보는 달랐다. 국회의원 수 축소 등 구체적 제안들은 문제가 많고 개악적 요소가 강했지만, 전격적인 후보사퇴가 보여주듯이 진정성만은 증명된 셈이다. 안 후보의 사퇴로 이번 대선은 오랜만에 보수 대 자유진보연합세력의 1 대 1 구도가 되어 가고 있다.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예상대로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사퇴했다. 민주통합당과 교감이 있는 심 후보와 달리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문 후보가 연대를 제의할 경우 기꺼이 사퇴하겠지만 종북이미지에 도덕적으로도 만신창이가 된 통합진보당에 손을 내밀 리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후보는 후보 등록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입만 열면 정권교체와 야권연대를 역설해온 것이 사기가 아니라면, 그도 TV..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답답하다. 일단 해결은 됐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협상 중단 때문이다. 일차적 책임은 문 후보에게 있다. 그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당의 혁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손 놓고 있음으로써 안 후보의 공격을 자초했다. 자기 자신을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안 후보 측과 마주앉아 아무리 거창한 정치개혁을 합의한들 누가 믿겠는가? 답답하긴 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 측은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안 후보 양보론 등과 상관없이 민주통합당의 자기개혁을 훨씬 이전부터 공개적이며 적극적인 방식으로 요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다가, 문 후보 측에서 안 후보 양보론을 유포했다는 등을 이유로 협상을 중단했다니 답답..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진보적 정치학자로서 소련과 동구의 몰락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대중의 현명함과 대중의 힘이다. 대중이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긴 호흡의 역사로 볼 때는, 대중이 철인왕보다도 현명하다. 또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지만 때가 되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이라는 한 시의 표현처럼 대중은 무력한 것처럼 보여도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다.” 지난 10월8일에 이 지면에 썼던 ‘민심의 힘’이라는 내 글의 핵심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대중에 대해 곰곰이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국회의원 수를 현재의 300명에서 200명으로 축소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 때문이다. 이 안이 잘못된 처방이며 국민의 반정치정서에 기대는 포퓰리즘..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이제 대선이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전날 밤 대사건이 일어나 판세를 완전히 뒤바꾼 2002년 대선이 잘 보여주듯이, 격변하는 한국정치의 속성을 생각하면 60일이면 세상이 몇 번 바뀌고도 남을 긴 기간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60일간에 생겨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뭐라고 해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 여부일 것이다. 현재 대선은 60일밖에 안 남았지만 후보단일화는 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진영은 오히려 날 선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그리고 한국정치의 가변성을 고려할 때, 단일화 여부에 대해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현재 양 진영의 대립은 치킨게임이라는 벼랑 끝 담력싸움에 가깝고, 다음과 같은 이유 ..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대중의 현명함과 대중의 힘. 그렇다. 진보적 정치학자로서 20년 전 소련과 동구의 몰락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두 가지였다. 물론 대중이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 세종대왕과 같은 훌륭한 왕도 적지 않고 대중과 비교할 수 없는 지식과 혜안을 가진 천재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긴 호흡의 역사로 볼 때는, 대중이 철인왕보다도 현명하다. 결국 민주주의란 이 같은 원리에 기초해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포기하고 당이 진리를 독점해온 사회주의권의 당독재가 민주주의에 밀려 일거에 무너지고 만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대중은 무력한 것처럼 보여도 결국 그 힘으로 역사를 움직인다. 김수영 시인이 ‘풀’이란 시에서 절창..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너무 오래 뜸을 들여 김이 빠진 감은 있지만 그의 출마선언으로 올 대선구도는 이제 3강체제로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됐다. 안 후보의 출마선언을 들으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엉뚱하게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제는 유명을 달리한 제정구 전 의원이다. 이 전 총재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 안 후보 정도는 아니었는지는 모르지만, 평소 올곧은 판결로 명성이 있었던 만큼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정치입문 당시 그의 별명이 ‘대쪽’이었다. 개인적으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전 총재의 과거 별명이 대쪽이었던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느냐고 묻곤 한다. 대부분의 답이 “그가 청렴하고 원칙을 지켜서”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