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선택(No Easy Choice)’. 세계적인 정치학자 헌팅턴의 책 제목이다. 경제발전이냐, 민주주의냐? 성장이냐, 분배냐? 이처럼 제3세계는 쉽지 않은 선택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요즘 떠오르는 것이 이 책 제목이다. 최근 상한가를 치고 있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만 해도 그러하다. 곧 자신의 결정을 밝히겠지만, 교육감 3기인가 아니면 도지사 도전인가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진보 교수운동의 상징인 그는 교육감 선거에 나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어 복지논쟁을 촉발시켰을뿐더러 혁신학교, 창의지성교육 등 낙후한 한국 교육의 혁신에 중요한 성과를 남겼다. 따라서 교육감을 더 하면서 자신의 교육혁신을 어느 정도 완성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마땅한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도지사 선거에 나갔다가..
김상곤 선배님, 잘 지내시지요. 경기도교육감으로 한국의 교육혁신을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이렇게 펜을 든 것은 오는 6·4 지방선거와 관련해 안철수 진영에서 선배님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영입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선배님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한 언론에 익명의 측근 발언이라며 이를 부인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노파심에서 펜을 들었습니다. 안철수 신당이 지역주의에 기초한 보수 양당체제를 혁파함으로써 한국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아니면 야권 분열을 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끼칠 것인지는 논쟁거리입니다. 그러나 순수가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라도, 선배님은 안철수 신당으로 가선 안됩니다. 선배님은 저보다 먼저 진보적 대..
박근혜 정부의 원년인 2013년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재인 의원의 잘못된 대응으로 일파만파 커져버린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충격적인 국정원 관권선거 개입이다. 그러나 “정치학자로서 박근혜 정부의 원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주문한다면 나는 ‘화장발’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경제민주화론으로 상징되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개혁적 보수주의자의 모습은 대선과정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리고 표를 얻기 위해 덧칠한 ‘화장발’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난 1년은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민주화 등 선거 때의 화장발은 지난 1년간 다 사라지고, ‘원칙’과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드러난 새 정부의 ‘쌩얼’은 융통성 없는 ‘꼴보수’의 전형이다. 그리고 그 ..
박근혜 정권 첫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그것도 막무가내식의 철도 ‘민영화’ 조치 강행이 몰고온 철도파업과 노동 총파업이라는 파국으로 말이다. 엄청나게 긴 세월이 지나간 줄 알았는데 이제 박근혜 정부의 첫해가 지나간 것에 불과하다니, 남은 4년이 아득하기만 하다. 시급한 것은 ‘철도 쪼개기’라는 변형된 민영화 정책을 넘어서 철도사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그쳐선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김대중 정부 이후 추진해왔으며 박근혜 정부가 가속화하고 있는 전기, 철도, 가스 등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 아니 정확히 표현해 ‘사유화’(민영화는 국가 소유를 사유재산으로 만든다는 privatization을 번역한 것으로 왜곡된 번역의 극치이다)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대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문재인 의원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그에 대해 썼던 나의 글들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문재인 바람’이 불기 전인 2011년 여름 그가 차기 야권주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글을 썼다. 그 이유로 지역주의의 현실 속에서 호남을 넘어 비호남 표를 가져올 수 있으면서도, ‘짝퉁 한나라당’인 손학규 전 의원과 달리 정통성에 하자가 없으며, 친노 중 드물게 품격을 갖추고 있는 점을 들었다. 예측대로 그는 민주당의 대권주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를 보며 나는 지난해 초 이 지면에서 문 의원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비전과 정책적 콘텐츠를 갖추고, 노무현을 넘어서야 하며, 권력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문재인의 운명?’, 2012년 2월27일..
외국의 진보적인 교수들을 만나면 그들이 한국에 대해 공통적으로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회운동의 역동성이다. 꺼질 것 같으면서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한국의 사회운동에 이들은 박수와 존경심을 표하곤 한다. 특히 운동이 거의 죽어있는 일본의 진보진영은 한국의 운동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곤 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터져 나왔던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세계의 진보진영이 찬사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찬사를 들을 때면 나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처럼 촛불시위와 같은 ‘거리의 정치’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한국의 자랑인 것은 사실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한국정치의 낙후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 툭하면 촛불 시위, 골리앗 투쟁, 이를 돕기 위한 희망버스가 터져 나..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화 중 라는 영화가 있다. 세계의 충격적인 풍습들을 다큐멘터리로 소개한 이탈리아 영화로 직역하면 ‘개 같은 세상’이라는 뜻이지만 세상의 기이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기이한 세상’ 정도로 의역해 이해했다. 요즈음 자꾸 떠오르는 것이 이 영화제목이다.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자면 몬도가네의 한국판인 ‘꼬레아 가네’, 즉 ‘기이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우리가 오랜 투쟁 끝에 민주화를 이룬 지 벌써 26년이 지났다.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만도 6번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제 시대는 1950~1960년대가 아니라 지구화와 정보화가 본격화된 21세기가 아닌가..
자고 일어나니 여권의 ‘배신자’가 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마지막 말은 “복지는 내부의 적을 만들지 않는 일”이었다. 대통령의 세 번 반려도 뿌리치고 끝내 사퇴를 관철했으니, 그게 ‘사랑의 배신’이냐 아니냐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출당이니, 탈당이니 기초연금을 둘러싼 배신자 논쟁에서 그나마 가슴 언저리를 맴도는 건 그의 이 마지막 소회뿐인 것 같다. 이런 난장판을 예상 못하지는 않았을 터이기에, 그럼에도 가롯 유다의 선택을 하게 된 ‘양심’의 본질과 이면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를 가능하게 하고, 지탱하는 근본은 두 가지다. 돈과 약속이다. “가장 빈곤한 계층의 후생을 증대하지 않고는 어떤 사회 개선도 기대하지 말라”( 중)는 존 롤스의 일갈처럼 한 사회가 공동체로 존재하고 기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