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4년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대표 일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이들의 반민중적 신자유주의정책에 저항해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며 열심히 투쟁했다. 그러나 두 가지 후회가 남는다. 하나는 비정규직을 위해 투쟁하면서도 정작 대학의 비정규직인 시간강사 문제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정치권이 강사들의 처우개선이라는 이름하에 수많은 시간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 ‘시간강사 학살 법’을 여야 합의하에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니 더욱 그러하다. 이 법은 워낙 욕을 먹은 원래의 법안 중 일부 독소조항을 뺐지만 기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교육전문가라는 국회의 관련의원들이 국가의 녹을 먹으며 이같이 한심한 법안이나 만..
참담하다. 지난해 총선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파동도 부끄럽기 짝이 없었는데 이번에 터진 이석기 파동은 더욱 그러하다. 진보를 자처해온 사람으로서 참담하기가 이를 데 없다. 사실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우리사회에 친북 내지 ‘종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주체사상파가 존재해 왔다는 것은 진보진영의 물을 조금이라도 먹은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번에 밝혀진 녹취록 등은 사법적 판결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와 상관없이 테러계획 등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석기 사태를 넘어서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명확히 해두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이석기 파동에도 불구하고 주체사상과 종북주의는 사상적으로, 정치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틀린 주장도 할 수 있는 자유의 보장..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됐다. 이에 따라 여러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개인적으로 새 정부가 가장 잘한 것은 전두환 미납추징금 징수라고 생각한다. 민주 정부를 자임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조차 엄두도 내지 못한 일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다음으로 잘한 것은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심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관계에서 일정한 성과를 얻어내고 있는 것도 평가해주고 싶다. 구체적으로, 시진핑체제 출범에 따른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라는 운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얻어내 북한을 고립시킴으로써 원칙을 지키면서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관계에서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그러나 비상식적인 일방 인사, 정치권과 여론을 무시하는 불통의..
신영복 선생은 오랜 감옥생활에서 나온 깊은 사색을 통해 얻은 지혜로 우리를 감동시켜왔다. 그중 하나가 그의 ‘머리, 가슴, 발 이론’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이고 이에 못지않게 먼 것이 ‘가슴으로부터 발로의 여행’이라는 주장이다. 머리로 알기는 쉬워도 이를 진정으로 가슴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고 이를 발로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성찰이다. 최근의 정국, 특히 새누리당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 보이콧에 저항해 가두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신영복 선생의 ‘머리, 가슴, 발 이론’이다. 현 정국의 핵심에는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근본을 흔드는 아주 심각한 사안이다. 그 결과 사상 처음으로 정보기관에 대한 국..
‘대한민국은 존재하는가?’ 몇 년 전 필자가 쓴 한 칼럼의 제목이다. 그렇다. 우리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대한민국이란 국가와 정치공동체는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이 같은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정권만 바뀌면 정부구조까지 바꾸는 기이한 정치권의 졸속주의, 한탕성과주의 때문이었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클린턴 정부에서 부시 정부, 부시 정부에서 오바마 정부로 정권이 바뀐다고 정부 부처가 생기고 없어지고 이름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정권만 바뀌면 정부 부처가 생기고 없어지고 난리를 친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존재하지 않고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과 같은 정권들만 존재하는 셈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정치적, 이념..
‘안철수 신당’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진 의미있는 제3당이 가능한지, 진보정당도 아니고 민주당과 비슷한 자유주의정당이 제3당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논쟁적인 주제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현재의 거대양당제의 문제점, 구제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민주당의 문제들을 생각하면 안철수 신당은 그 논의만으로도 기존 정당질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내용의 신당이냐는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것은 안철수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트 내일의 창립심포지엄에서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교수가 제시한 청사진이다. 언론에 보도됐듯이 최 교수는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낮은 수준의 정당제도화”라고 전제한 뒤 지금..
요즈음의 한국 사회를 규정하라면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단연코 ‘반지성의 사회’ ‘증오의 사회’라고 부르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지성적 논의, 합리적 논쟁이 사라져 버렸다. 합리적 논쟁을 대신한 것은 누구 편, 어느 진영이냐는 편가르기와 진영논리다. 사람들은 어떤 주장을 접하면 더 이상 그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그 주장이 타당한가를 따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올바른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그가 우리 편이냐, 아니냐일 뿐이다. 관계, 언론계, 학계에 종사하는 소위 잘나가는 대학 동기들의 친목모임이 있다. 당연히 이념적으로 생각이 다르니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견이 ..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드디어 여의도에 입성했다. 구제가 어려운 민주당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야권의 재생을 위해 그의 새 정치가 절실하다. 그러나 그의 국회 입성이 손뼉 쳐서 반겨지지가 않는다. 그가 여의도에 입성하는 날,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꿈에 나타나 놀라서 잠을 깼다. 그는 가슴과 등에 칼을 꽂고 피를 흘리며 나에게 기어오고 있었다. 진보신당 탈당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노 전 의원은 진보의 불모지에서 진보 정당을 뿌리 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왔고 진보 정당이 배출한 몇 안되는 대중정치인이다. 특히 모범적인 지역구 활동으로 진보정당 후보로는 드물게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삼성과 국가권력의 유착을 폭로한 죄로 금배지를 빼앗기고 말았다. 나는 안 의원이 평소 공익적 리더십을 실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