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선과 관련해서만 보면 여권이 불리하다. 우선 선두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문제다. 안정적 지지세를 보여주긴 하지만 확장성이 없다. 새누리당 지지층이나 보수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선 유력주자이나 중도층이나 무당층에서 지지기반을 넓힐 가능성까진 아직 못 보여 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로서 보여준 승리전망(electability)에는 역부족이다. 박빙의 접전이 불가피한 게 대선이기에 심각한 약점이다. 새누리당이 대선과 관련해 직면한 더 큰 문제는 김무성 대표 외에 다른 주자들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전 지사의 지지율은 너무 미미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잠재적 폭발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나 아직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은 낮다.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
세상엔 이름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적지 않다. 그중의 하나가 대통령제다.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서는 제도가 대통령제이긴 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관계에서 입법부가 논리적으로 우위에 서는 게 대통령제다. 미국의 대통령이 의회를 압도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여소야대가 아니더라도 의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국회의원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법안제출권이 의원에게만 주어져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입법부가 제안한 법안에 대해 거부와 수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의제 설정자(agenda setter)가 입법부란 얘기다. 대통령제에서 입법부가 우위에 선다는 사실은 일반적 통념과 배치된다. “미국 정치체제는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수정을 가할..
한 사회를 바꾸려면 국가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입법부와 행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과 행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택된다. 나라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각각 차지하는 권력의 양과 질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행정부의 권력이 입법부의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입법부의 목소리가 커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대통령(행정부)이 더 많은 권력을 보유하고, 행사하는 것만큼은 엄연하다. 이것이 한국의 공식·비공식적 권력편제의 본질이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에 서는 게 진보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을 개선하고, 그들에게 생존권·정치권·시민권·사회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진보의 역할..
다시 노동이 타깃이다. 친기업 노선의 다른 이름인 신자유주의는 반노동과 반정치를 기본으로 한다. 반노동은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반정치는 정치가 시장에 개입해 약자의 편을 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를 따르는 정부가 반노동의 정책, 즉 노동개혁을 아젠다로 꺼내는 것은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이고, 정부 출범 2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노동개혁 카드를 꺼내는 건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개혁은 자본-기업을 한편으로 하고, 노동-노조를 다른 한편으로 해서 벌이는 거대한 규모의 사회경제적 대결, 사회적 역관계와 경제질서의 근간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끝날 프로젝트가 아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원도 엄청 투입되어야 하는 대격전..
앤서니 다운스 등 많은 정치학자들이 정당을 하나의 팀(team)에 비유한다. 선거란 경쟁 또는 승부에서 이겨야 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그 팀에서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를 후보라 할 수 있는데, 선수 선발의 잣대는 팀의 승리다. 어떤 선수 개인의 기록이나 화려한 플레이가 선수 선발의 잣대일 수는 없다. 경기력이 가장 좋은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연고나 의리가 아니라 실력으로 선수를 뽑아야 한다. 자기 맘에 드는 선수만으로 좋은 팀을 구성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좋은 팀이 되는 건 아니다. 스페인의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가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를 뽑아놔도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았던 게 좋은 예다. 실력을 기준으로 뽑되 팀플레이가 발휘되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문에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때와 비교해 메르스의 정부 대응이 많이 뒤처진다는 세간의 비판을 직접 반박했다. “사스의 경우엔 중국이나 동남아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그런 질병 유입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이번 메르스는 내국인에 의해 그 어떤 질병이 유입된 후에 의료기관 내의 여러 접촉을 거쳐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양상이 다르니 정부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박 대통령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던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사스 대응 때 너무 잘해 세계보건기구(WHO)..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정치하는 사람을 정치인이라고 할까, 아니면 정치인이 하는 것이 정치일까? 정치하는 사람이 정치인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이 모두 정치를 하는 건 아니다. 이름만 정치인일 뿐 실제 정치가 뭔지 모르거나 정치가 뒷전인 정치인이 많다. 우리 정치인의 문제 중 하나는 정치인이면서도 정작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치는 서로 생각과 이해가 다른 사람들이 기계적 등가성을 가지고 참여해 의사결정을 이뤄내는 기제다. 이 때문에 정치의 본질 중 하나는 타협이다. 자신이 아무리 옳다고 확신해도 정치 시스템에서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상대가 옳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반정치적이다. 타협은 내가 틀렸다고 굴복하는 것이..
언제나 잘나가는 정당은 없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가 있다. 유수한 정당일수록 처절한 몰락의 시기를 이겨낸 경험을 갖고 있다. 아픔이 사람을 성숙하게 하듯이, 패배는 정당을 진화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패배 후에 모든 정당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그야말로 와신하고 상담하면서 변하고 또 변해야 더 강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떤가? 어느 정당이든 위기에 처하면 당내의 일부 세력이나 그룹이 새로운 기치를 내걸고 혁신을 요구하고 나선다. 1970년대 초의 ‘40대 기수론’이 대표적인 예다. 사회민주주의-복지국가 노선도 정통 마르크시즘의 실패에 따른 혁신 차원에서 시작됐다. 클린턴 대통령을 낳은 미국 민주당의 DLC, 영국 노동당의 현대화파도 당내 분파에 의한 혁신 성공의 사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