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에는 세 가지가 없다. 새정치도 없고, 민주도 없고, 연합도 없다. 새정치란 낡은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한편 무엇보다 보통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 의제로 삼는 정치다.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이런 새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도 없다. 정당에서 ‘민’은 당원이고 지지자다. 그런데 중요한 대목마다 다수를 이루는 이들은 소외되고 있는 반면 소수의 국회의원들만이 ‘주’로서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있다. 이건 명백히 반민주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러 정치세력의 연합체다. 가까운 과거만을 반추하더라도, 2011년에 박원순이, 2014년엔 안철수가 합류했다. 박원순으로 상징되는 시민운동 세력과 안철수로 상징되는 제3세력이 합쳐져서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다시 정치부패다. 차떼기다 뭐다 해서 그만큼의 홍역과 대가를 치르고도 아직 정치부패는 남아 있는 모양이다. 성완종 게이트든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든 이번 사태는 누가 얼마나, 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한 규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야 간의 정치적 유불리로 국한되지도 않는다. 성역 없이 파헤쳐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 하지만 강력한 사후처벌만으로는 부패를 막기 어렵다. 효과적인 사전 제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엄정한 수사와 단호한 처벌만을 요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부패는 우리 정치에서 계속 반복되는가? “정치하는 사람은 권력을 추구한다.” 베버의 이 말대로 정치는 불가피하게 권력을 다룰 수밖에 없다. 권력을 다루다 보니 그 권력을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쉽고 편..
정치의 소임은 갈등의 사회화에 있다. 사회화는 숱하게 많은 부분 갈등을 한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제기하는 한편 그것을 개인적 부담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어떤 갈등, 또는 균열을 사회화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사회의 성격과 질, 힘의 관계 등이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누가 권력을 잡는지도 여기에 달려 있다. 어떤 갈등을 사회화해서 국가 의제로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 정치세력의 실력을 가늠하는 첫번째 지표다. 등장한 갈등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정치적 성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보느냐, 행정 실패로 보느냐에 따라 그 파장은 사뭇 다르다. 이렇듯 하나의 갈등을 어떻게 정의(define)하는지는 정치세력 간의 경쟁이나 선거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 갈등을..
를 쓴 와타나베 이타루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격차를 벌리는 시스템입니다. 그런 문제를 조정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지만 결국 정치인들은 돈 많은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고 말죠. 저는 ‘정치가 그래도 뭔가 해 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인 1표의 정치적 등가성에 기초해 1원 1표의 시장적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다. 와타나베의 충고에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외에 격차를 해소할 다른 사회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시 문제는 정치다. 정치가 보통사람의 고단한 삶을 개선하는 데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 정치의 효능이 체감되지 않을 때 정치는 잊히거나 거부된다. 민주정치와 선거의..
대통령제의 원조국가라서 그런지 미국에는 대통령의 날이라는 게 있다.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처음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생일 2월22일을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로 했다. 후에 분단의 위기를 막아낸 링컨 대통령도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대두됨에 따라, 링컨 대통령의 생일 2월12일과 워싱턴의 생일 사이 중간 날짜로 정했다. 1971년에 매년 2월의 세 번째 월요일로 고정됐다. 명칭도 대통령들의 날(Presidents’ Day)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날을 지정하자고 하면 진보와 보수 간의 큰 다툼이 쉽게 예상된다. 보수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들을 기준으로 삼자고 하고, 진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을 근간으로 세우려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자 하는 취지는 ..
정치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나의 결과나 현상에 매몰되면 금세 뒤처지거나 길을 잃게 된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건 정치의 숙명이다. 영국의 노동당이 1979년부터 18년 동안 야당 생활을 할 때 당의 내부에서 10년 넘게 혁신 작업을 주도하던 인물이 필립 굴드다. 그는 원래 여론조사, 홍보 전문가였다. 2011년 61세의 나이에 세상을 뜬 그를 두고 토니 블레어는 ‘길을 찾는 사람(pathfinder)’이라 평했다. 굴드가 노동당 집권의 길을 연 선도자라는 얘기인데, 굴드는 그 여정을 끝없는 혁신의 연속(unfinished revolution)이라고 칭했다. 정치의 핵심을 잘 짚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신년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