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 범죄심리학자·프로파일러 전체주의자들의 광기어린 침략에 함께 맞선 2차 세계대전 연합국들은 종전과 함께 이념 문제로 대립하게 됐다. ‘냉전(cold war)’이 시작된 것이다. ‘자유 민주’ 진영의 맹주인 미국과 영국은 ‘공산주의’ 진영의 본산인 소련과 치열한 ‘정보전쟁’과 ‘심리전’을 벌여 나가야 했다. 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 독립국이 많은 곳에서는 자기 진영에 속하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과 공작,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반도 역시 치열한 이념전쟁의 장이었고, 승패가 나지 않아 반으로 갈린 ‘분단’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냉전시대에 가장 무서운 존재는 ‘내부의 적’이었다. 가장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이 영국의 정치, 외교, 첩보 분야에 깊숙이 잠입해 국가기밀을 소련에 넘..
사과상자를 열었더니 썩은 사과가 있어서 과일가게로 도로 가져갔다. A과일가게 주인은 “맨 위에 있는 사과가 썩었다면 밑에 깔린 사과들도 썩었을 수 있다”며 썩은 사과를 판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새 사과상자를 열어 썩은 사과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한 후 손님에게 내줬다. B과일가게 주인은 “어쩌다 썩은 사과 한 개가 잘못 들어갔다”며 사과한 뒤 눈에 보이는 썩은 사과 하나만 다른 사과로 교환해줬다. C과일가게 주인은 “그 썩은 사과가 내가 판 사과상자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아나? 그리고 원래 썩은 사과 한두 개 들어가야 맛있는 것”이라며 사과 및 교환을 거부하고 손님에게 되레 화를 냈다. 앞으로 당신은 어떤 과일가게를 찾을 것인가? 어떤 과일가게 주인이 ‘상도’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
2007년 1월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가 당수로 있던 시절 총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밀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1998년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인턴 여직원과의 성추문 의혹으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았다. 유럽 국가에선 교통법규를 어긴 국회의원이나 판사가 경찰에 단속당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보도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법 앞의 평등’ 원칙이란 것을 확인해 주는 사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권력, 명예 등 모든 가치가 불평등하게 나뉘고 계층 간 벽을 뛰어넘기 어렵지만, ‘법’만큼은 신분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된다는 상식이 대다수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의 체제 순응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
지난 25일 여야 원내대표가 국정원 국정조사 계획안 마련 등 구체적인 일정에 합의했다.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 서명,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외면하지 않은 ‘바람직한 정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국정조사를 미루었다면 우리 사회는 극심한 국론 분열과 1980년대식 거리투쟁으로 홍역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 수사가 다 밝히지 못한 진실을 드러내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대책을 도출해내야 한다. 국정조사에 임하는 정당과 의원들은, 당리와 당략에 매몰되어 국정조사를 ‘정쟁의 장’으로 오염시킨다면, ‘국가의 법과 제도 자체에 대한 뿌리깊은 국민적 불신’을 만들어내는 역사적 죄를 짓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통해 국회가..
지난해 12월11일 오피스텔 앞 대치상황에서 시작된 ‘국정원 게이트’가 6개월째를 맞고 있다. 40시간의 ‘잠금이냐, 감금이냐’ 논란 후 국정원 직원이 컴퓨터 2대를 임의제출하자 경찰은 ‘분석에 1주일 이상 걸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2월16일 오후, 김무성 선대본부장 등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기자간담회나 방송에서 ‘경찰이 수사결과를 내놓을 때가 됐다’는 이야기들을 흘렸고, 그날 저녁 대선 후보 제3차 TV토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이 증거도 없이… 감금하고…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 여직원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문재인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 직후인 밤 11시, “경찰, 국정원 여직원 하드디스크에서 댓글흔적 발견 못해”라는 긴급 중간수사결과 발표 내용이 속보로 모든 TV 방송에 보도되었..
표창원 | 범죄심리학자 5월15일 오후, 미국 뉴욕 소피텔 호텔 데스크에 한 여성이 울면서 성폭행 피해사실을 알렸다. 호텔 측은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관들은 간단한 사실 확인과 현장 조사를 한 후 피해자를 피해자 보호 전문팀에 인계했다. 용의자는 숙박료만 하루 3000만원이 넘는 스위트룸에 머물던 외국 고위공무원이었다. 그가 짐을 황급히 챙겨 호텔을 빠져나간 정황을 파악한 경찰은 바로 공항 출국자 리스트를 확인했다. 잠시 후, 뉴욕 JFK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경찰관들이 기내로 들이닥쳤다. 경찰은 1등석에 앉아 있던 점잖은 노신사에게 다가가 신원을 확인한 후 미란다 고지를 한 다음 수갑을 채우고 비행기 밖으로 데려나왔다. 윤창중 이야기가 아니다. 정확하게 2년 전 발생한 도미..
지난 일요일 밤 MBCTV 이 방송한 ‘무기수 윤 여인의 이상한 형집행정지’의 고발 내용은 충격적이다. 부산지역에 거점을 둔 재벌 제분기업 회장 부인인 윤씨는 2002년 3월 발생한 ‘법대 여학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이다. 윤씨는 자신의 판사 사위가 사촌 여동생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엉뚱한 오해를 한 끝에 두 명의 남자에게 거액을 주고 살인을 교사했다. 그것도 얼굴과 머리 부위에 공기총을 6발 쏴 마치 처형하듯 처참하게 살해하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윤씨는 피살된 여학생의 아버지도 납치해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이 밝혀졌고, 두 명의 살인범을 중국으로 도피시킨 뒤 북한으로 월북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경찰의 국제 수사공조로 도피한 살인범들이 붙잡힌 뒤 모든 진상이 밝혀졌는데도 윤씨는 끝까지 반성하지 ..
표창원 | 범죄심리학자 서울대 의대 출신의 엘리트,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천재, 사업에 크게 성공한 유능한 최고경영자(CEO), 전 국민에게 무료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제공한 공익정신의 모범적 실천자. 그런 안철수가 전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열어 지치고 상처 입은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지역감정과 세대 간 갈등, 이념 간 대결의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새 정치’를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국민들이 안철수에게 열광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다. 그는 열화와 같은 지지자들의 성원을 받아들여 정치활동 개시를 선언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자신보다 현저히 뒤진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