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두 아이가 공평하게 빵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좋은 방법이 있다. 한 아이는 빵을 자르고 다른 아이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차이 나게 자르면 상대방이 더 큰 것을 가져갈 것을 알기에 똑같이 둘로 나누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기적인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필수조건이다. 법을 만드는 자와 집행하는 자, 다툼이 생겼을 때 판단하는 자를 나누는 ‘3권 분립’ 원칙이 민주주의의 기본이 된 이유다. 또 하나의 방법은 이해관계 없는 제3자가 빵을 자르고 나눠주는 것이다. 오래된 자연법 원칙인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심판자가 될 수 없다’의 취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빵을 자르는 자가 선택도 하겠다면 어떻게 될까? 조작된 ‘유우성 간첩사건’에 대한 국정원 수사..
최초의 ‘프로파일링 교과서’는 1487년 독일의 가톨릭 신부 하인리히 크레이머와 자콥 스프렝거가 출간한 라고 할 수 있다. 주술이나 마술을 믿는 민속 신앙은 있지만 실제 ‘마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수사관들과 판사들이 마녀를 쉽게 구분하고 취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쓴 책이다. 악마에게 몸을 바친 대가로 마법의 힘을 얻고, 아기를 살해하고 인육을 먹으며 남성의 성기를 절단해 소유하는 ‘마녀’가 실제로 있다고 주장하는 는 구체적인 ‘마녀 식별법’, 즉 ‘마녀 프로파일링’을 제시한다. “혼자 살고, 성격이 강하며, 관습을 잘 따르지 않고, 여성스럽지 않고, 몸에 악마의 흔적인 문신이나 흉터가 있으며, 조사나 취조를 당해도 울지 않는다”면 일단 마녀로 의심해야 하고, 이들에 대..
헤엄을 못 치지만 강을 건너야 하는 전갈이 개구리를 불렀다. “날 업고 강을 건너줘, 부탁할게.” 개구리가 답했다. “전갈아, 네 독은 너무 강하고 넌 누구나 독침으로 찌르잖아. 어떻게 널 등에 업고 강을 건널 수 있겠니?” 전갈이 말했다. “널 독침으로 찌르면 나도 물에 빠져 죽을 텐데 어떻게 널 독침으로 찌를 수 있겠니?”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중간쯤 왔을 때 전갈은 개구리 옆구리를 독침으로 찔렀다. 개구리가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전갈을 돌아봤다. “개구리야 미안.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난 전갈이잖아.” 전갈과 개구리는 모두 물에 빠져 죽었다. 기원전 3세기 고대 인도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전파된 우화의 내용이다. 어떤 상..
1961년, 나치 전범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열리며 반인륜 범죄에 동원된 군인과 공무원 등 보통 사람이, ‘상관이 시킨다고 고문과 학살을 자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예일대 심리학과 밀그램 교수는 답을 찾기위해 ‘기억력 향상에 관한 실험 참가자에게 1시간에 4달러를 드립니다’란 공고를 냈다. 참가자에게 ‘교사’ 역을 맡기고 ‘학생’ 역을 맡은 조교가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전기충격이 점점 심해지도록 했다. 실험실에는 엄숙한 표정의 ‘통제관’이 앉아 있었고 ‘교사’는 ‘통제관’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실험은 ‘교사’가 스스로 중단하거나 최고한도인 450V를 눌렀을 때 중단하도록 설계됐다. 전기충격 때문에 ‘학생’이 고통을 못이겨 비명을 지르는 상황에 죄책감을 느낀 ‘교사’가 의문이나 항의를 ..
1835년 11월25일, 통나무를 가득 싣고 항해하던 ‘프랜시스 스패이트’호가 풍랑을 맞아 좌초했다. 다행히 화물칸에 가득 찬 통나무의 부력으로 가라앉지 않은 채 표류하던 선체에는 18명의 선원이 생존해 있었다. 식량도 바닥나고, 빗물을 받아 겨우 연명하길 13일째, 그동안 어떤 배도 지나지 않아 구조의 희망은 희미해져 있었다. 모두가 굶어 죽을 것이라는 극한의 공포에 내몰렸을 때, 선장이 제안을 한다. “오지 않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모두가 굶어 죽기보다는, 소수를 희생해 다수가 사는 길을 택하자.” 제비뽑기를 통해 한 명을 고른 뒤 그의 고기를 먹자는 얘기였다. 격론이 벌어졌지만, 선장을 비롯해 나이와 경험이 많은 고참 선원들의 주도로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만장일치에 도달했다. 그 결과 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위기상황에 봉착한 사람이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무의식적인 자기보호 행동을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합리적인 사고나 감정을 스스로 차단하고 왜곡·거부해 ‘안전감’을 찾으려 하거나 희생양을 찾아 화풀이를 하는 등의 행동이다. 때로 지나친 불안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습관화된 방어기제의 발동은 문제를 직시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봉쇄해 버린다. 특히 어린이의 본능적인 거짓말이 방치되고 조장될 경우 성인이 되어 문제나 갈등상황에 봉착할 때마다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고 그로 인한 다른 사람의 피해는 무시하거나 합리화하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지난 대선 기간에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요즘 “나라 꼴이 이 모양인데”라는 말이 유행이다. 한 아나운서가 자신의 열애설을 부인하며 언급한 말이다. 검찰 수사 및 국회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그리고 언론 탐사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새누리당 권력은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보훈처, 재향군인회 등 국가기관과 관변단체를 총동원해 부정선거를 자행했고 그 꼬리가 밟히자 경찰을 동원해 사건을 은폐하고 되레 야당을 ‘사건조작, 흑색선전 사범’으로 몰아붙여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심지어 법무장관을 동원한 사건 축소 압력에도 검찰이 저항하며 선거법을 적용하자 검찰총장을 석연치 않은 의혹 속에 내쫓았고, 5만여건의 트위터 증거를 찾아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윤석열 수사팀장을 직무에서 배제해 버렸다. 그..
근거가 있는 의혹이 제기될 때 우리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을 떠올린다. 반면에, 어이없는 날벼락의 불운을 당할 때 서양에서는 ‘파란 얼음(Blue Ice)’을 맞았다고 한다. 파란 얼음은 사실 항공기에서 변기 속 오물을 냉동시켜 ‘일부러’ 방출하는 단단한 덩어리다. 과거 보행자가 파란 얼음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방출된 파란 얼음이 항공기 엔진 속으로 빨려들어가 큰 위험을 초래한 적도 있어서 지금은 여러 나라가 항공규정에 금지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어떤 경우일까? 물론 임모 여인의 황당한 거짓말과 그녀에게 한을 품은 가정부의 오해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라는 ‘제3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과 ‘정치’는 세상을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