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되었던 시신이 유병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신의 모계 DNA가 유병언의 친형 유병일의 모계 DNA와 일치해 ‘같은 어머니’를 두고 있음이 확인됐고, 추가 실시된 정밀 과학수사로 시신의 지문을 확보해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에 보관 중인 유병언의 지문과 대조한 결과 역시 일치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고 다양한 음모론이 번지고 있다. 그동안 수사당국이 여러 정치적 사건과 권력형 범죄들의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정직하지 못한 모습과 조작의 유산이 명백한 증거마저도 의심하게 만드는 ‘불신 사회’를 조장한 탓이다. 법과학적 증거의 수집과 분석, 대조 과정 등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아닌, 무분별한 의혹과 음모론 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유병언이 핵심이 ..
‘대구 황산테러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 3일 전에 극적으로 중단됐다. 피해자 태완군(사고 당시 6세) 부모가 용의자로 지목해 고소한 이웃주민에 대해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리자 다시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3개월 동안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 결정을 내릴지 살펴보게 되고 경찰은 마지막 수사활동을 통해 증거확보를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피해자 태완군이 병상에서 남긴 육성 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다. 사건 초기에 현장과 용의자 거주지 등에서 확보한 ‘물증’이 남겨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15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의문의 여대생 사망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 뒤 스리랑카인에 대한 기소가 이뤄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 등..
전방부대 총기사고, 천안함 폭침, 군부대 내 자살과 의문사…. 끝없이 이어지는 안타까운 생명의 손상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우린 병역의무를 ‘신성하다’고 부른다. 대한민국 국적의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치러야 하는 ‘헌법적 의무’이기도 하거니와 가족과 이웃, 민족과 국가를 지키는 숭고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 숭고함은 입영대상인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일방향 의무’가 아니다. 국가는 각 가정의 소중한 자녀들을 병역의무 기간 중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호하고, 군 복무를 통해 더 자신있고 당당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군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사들이 괴롭힘과 학대,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병들의 안전과 전투력 향상..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가 분노와 절실함을 담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살인죄’로 기소된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도주극을 벌이고 있는 유병언의 구체적인 범죄 행위는 물론, ‘적폐’로 불리는 정·관·산 부패 연결 고리의 실체, 그리고 법과 제도, 관행과 문화의 문제를 규명해 내라는 것이 상처 입은 사람들 모두의 정당한 요구다. 이미 정부, 여야 정당들과 사회 각계각층은 ‘진실 규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합의했다. 검찰의 수사에 이은 재판과 국회 국정조사는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들어가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검찰 수사는 이미 여러 차례 ‘권력지향성’에 대한 비판과 의문의 대상이 되면서 ‘성역 보..
범죄나 사고 자체보다 주변인들의 부적절하거나 몰지각한 언행 때문에 발생하는 ‘2차 피해’, 혹은 ‘2차 트라우마’가 더 심각할 수 있다. ‘2차 피해’는 피해자나 유가족에게 일어나는 독특한 심리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초의 충격 이후 피해자들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지?’라는 ‘의문’이다. 그런데 이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조사나 수사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피의자나 관계자들은 숨기고 감추고 회피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는 곧 피해자의 ‘분노’ 감정을 촉발시킨다. 특히 분노를 쏟아부을 특정 대상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이 분노는 ‘모두’를 향하고, 때로 예상치 못한 방법과 상황에서 돌출하기도 한다. 분노와 거의 동시에 엄습하는 것이 ‘의심과 경계..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 발생 원인부터 구조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총체적 국가 실패’, 선장 및 선원과 해운사는 물론 정·관계와 업계 간의 비리커넥션, 그리고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진단된 피해자 가족들과 생존자, 자원봉사자들. 그런데 이 복잡하고 엄청난 문제해결 과정을 주도해야 할 정부는 불신과 비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회는 선거 유불리와 정쟁의 욕구를 억누른 채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으며, 시민사회는 애도와 분노 외에는 힘을 보탤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언론과 방송은 불신을 넘어 지탄의 대상이 됐다. 더 늦기 전에 위기극복과 문제해결을 위한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 그 절차는, 피해자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통령의 진솔하고 구체적인 책임 인정과 ..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영국 BBC 드라마 에는 악의 화신, ‘모리아티’가 등장한다. 납치, 살인, 폭파, 위조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지만 사법체계를 농락하며 유유히 활보한다. 셜록 홈스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혀도 보기 좋게 탈옥하며 공개 테러를 감행한다. 모리아티는 ‘프리메이슨(Freemasonry)’ 권력자들의 비호를 받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개인 비리와 대선개입 범죄 혐의로 기소된 전임 원세훈에 이어 국가정보원장으로 임명된 남재준. 그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은 분열과 갈등과 혼란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2013년 6월24일, 한국전쟁 기념일 하루 전에 느닷없이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며 소위 ‘노무현 NLL 포기발언’이라는 정쟁의 불에 휘발유를 끼얹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의 이런 무책임..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계모의 8살 어린이 학대 살해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친아버지도 수년간 지속된 학대에 공범으로 가담했고, 피해 어린이가 사망하자 같은 피해자인 12살 언니로 하여금 ‘동생을 때려서 죽게 했다’는 ‘허위 자백’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그동안 피해 어린이의 멍과 상처를 보다 못한 선생님과 사회복지사가 수차례 신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와 관련 기관이 이 끔찍한 살인을 막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어린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전근대적 인식과 사회에 만연한 폭력 등의 근본적 원인과 함께 학계와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동학대 방지법’ 등 꼭 필요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않은 정부와 국회의 잘못도 따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