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 범죄심리학자 북한의 도발과 일본 극우세력의 준동이 심상찮다. 북한은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반발해 추가 도발을 예고하고 나섰고, 극우정권의 출범에 힘입은 일본 극우단체들은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뒤흔들며 도쿄 한가운데에서 ‘한국인 물러가라’는 망동을 일삼고 있다. 독도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쿠릴 등 한국, 중국,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일본 극우세력의 지금 모습은 마치 20세기 초 내부 위기를 ‘정한론’으로 돌파하고, 제국주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중일, 러일 전쟁을 일으키던 상황과 흡사하다. 북한 역시 군, 행정, 정치 경험이 전무한 20대 세습 독재자의 위태로운 지위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인민들의 반발을 타개하기 위한 벼랑끝 심리가 엿보인다. 기나..
표창원 | 범죄학자·프로파일러 지난 단도직입 칼럼 ‘풍전등화 국정원’에 대해 국정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미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과 전 농림부 장관이 에 대해 제기한 고소 사건 판결에서 법원이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원칙적으로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적시한 내용을 국정원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국정원은 왜 또다시 고소를 했을까? 우선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자의 입을 막기 위해, 그리고 국민들을 겁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불법선거 개입 의혹에 추가해 형법..
표창원 | 범죄학자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와 드라마 중에 과 가 있다. 모두 국정원 요원들의 활약상과 애환을 멋진 액션과 탄탄한 미스터리 구조 속에서 그려내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아마 많은 청소년들이 ‘한국의 007’, 국정원 요원이 될 꿈을 가지게 해 주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의 모사드, 영국의 비밀첩보국(SIS, 일명 MI6)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최고의 전문가들. 나와 많은 청소년들이 기대하고 믿는 국정원의 모습이다. 실제로 내가 경찰관 생활을 하며 만났던 실무요원들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 속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1992년 대테러 종합 모의훈련을 함께하며 경찰 협상요원이었던 나와 1박2일간 두뇌싸움을..
표창원 | 경찰대 교수 잇따라 발생한 ‘묻지마 범죄’로 우리 사회는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이유 없이, 거리나 집 안에 있는 시민을 흉기로 마구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연속 앞에서 공포심이 확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원인과 대책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모색하는 노력은 정상적인 사회의 당연한 반응이다. 묻지마 범죄의 중심에는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남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범인들의 마음속에 가득 찬 이기심이 직접적 원인이라면, 불우한 환경과 능력 부족으로 적응과 성취에 실패해 성격이 왜곡되고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가는 이웃을 외면한 우리 사회의 이기심은 간접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묻지마 범죄의 대응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이기심이 드..
표창원 |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 우리는 늘 “112는 국민과 3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믿고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과 경찰청장 등 내로라하는 고위인사들은 입만 열면 “대한민국은 누구나 밤거리를 마음놓고 활보할 수 있는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해왔다. 그 말만 믿고 일요일에도 공장에 나가 일한 뒤 밤길에 홀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이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폐쇄회로(CC)TV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저 무심하게 녹화만 할 뿐, 누구에게 알리지도, 경보를 울리지도 않았다. 골목길에서 터져나온 여인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이 있었지만, 그도 그저 ‘부부 간 다툼이겠거니,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지 말자’며 외면했다. 그래도 여인에게 희망은 있었다. 휴대전화, 112 버튼만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