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교 | 한예종 영상원생 daresay@naver.com 스물둘. 이렇게 어떤 수식어도 덧붙이지 않고 멀끔하게 숫자만 말하면 더 냉정해질 수 있을까?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논거로 이루어진 침착한 칼럼을 쓸 수 있을까? 망설여진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게.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목숨을 끊던 시대만 해도 자살이란 어디까지나 그들 스스로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살에 대해서는 언제나 “타살이나 다름없다!”라는 격분과 통한이 뒤따른다. 3년 전 쌍용자동차가 자행한 2646명의 정리해고 이후 22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세상을 떠났다. 하나같이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과 의문사였다. 정리해고가 그들에게 ‘살인’이나 다름없는 잔인한 조치였음을 방증하지만, 누..
양승훈 | 연세대 대학원생 넉 달 전 벌어졌던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은 슬슬 정리되어 가는 것 같다. 이미 출교는 결정되었고, 법정공방만 남았다. 법률적인 관계보다 흥미로운 것은 사건의 공판에서 등장한 어느 노부부의 발언이었다. “억울하다… 어디 세상에 가스나가 술 먹고…. 남자 앞길을 망치는… 금쪽같은….” 이 표현을 보면서 나는 좀 딴 걸 더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끔찍한 아들 사랑이 만들어낸 흥망성쇠에 대한 노스탤지어였다. 조선시대 이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고 나서도 공적 공간의 책임은 대체로 남자들의 몫이었다. ‘창창한 앞날’을 보장받은 아들이 있는 집안의 가족들은 그 덕택에 잘살았다. 집안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남자 앞길’을 망치면 안 된다는 평범한 상식이 통했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