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신유빈(18·대한항공)과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 테니스 조세혁(14)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신유빈과 김나영은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학교 수업을 규정대로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윔블던 테니스대회 14세부 남자 단식 우승자 조세혁도 중학교 학년 유예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손흥민(30·토트넘)은 동북고 중퇴다. 고교 2년 때 독일로 축구유학을 갔기 때문이다. 남자골프 간판 김주형(20)은 어릴 때부터 중국, 필리핀, 호주, 태국 등을 돌며 성장했고 15세 때 프로가 됐다. 학업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들은 학교 학습은 다소 부족했지만 현재 선수로서 무척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문체부..
이달 초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은 지출 증가율이 2017년 박근혜 정부 이후 가장 낮았다. 처음에 계획했던 본예산이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포함한 비교라는 게 약간 궁색하지만, 어쨌든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 규모도 줄었다. 문제는 새 정부 출범 후 돈 쓸 곳은 산더미같이 쌓였는데,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정부가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 9조원 남짓으로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실시한 지출 구조조정이 무려 24조원이었다. 대부분 기존 사업 예산을 없애거나 깎아서 대부분 마련됐다. 역대 정부가 매해 통상 10조원 안팎의 기존 예산 구조조정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역대급 예산 칼질이 이뤄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
“공부시키는 건 아예 배제했어요. 건강에 더 이상 문제 없이 자라기만 바랐을 뿐이에요.” “중학교 1학년인데도 미취학 어린이들처럼 낮잠을 자야 해요. 학교 다녀와서 낮잠을 안 자면 저녁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예요.” 지난달 31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11주기를 기해 보도한 ‘11년 맞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아동·청소년 피해자 일상생활 지원 절실’ 기사를 취재하면서 통화한 어린이·청소년 피해자의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한 것이 있다. 자녀들이 현재 겪고 있는 일상생활 및 학업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학교에 가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다 잠이 드는 일상생활조차 전쟁처럼 치러야 하는 자녀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앞으로 사회에 나가 겪어야 할 일들에 대한 걱정이 어린..
“저런 사람이 국립대 교수이고 부총장을 역임한 게 맞는지 믿을 수 없네요. 설상가상 총장 선거에도 나선다니 교육주체들을 뭘로 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일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전북대 이귀재교수(60·전 부총장·생명공학부)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내 뱉은 말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이례적으로 수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그만큼 이 교수의 ‘입’에 이목이 쏠려 있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도망치듯 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많은 기자들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달라”고 소리쳤지만 외면했다. 그는 서거석 교육감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다. 서 교육감이 경찰 조사를 받고, 거짓말탐지기까지 들이대야 할 만큼 수사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그 중심에 ..
하늘을 올려다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달로 향하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인간을 달에 보내는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를 떠날 예정이던 ‘아르테미스 1호’ 발사가 전격적으로 미뤄졌다. 지난달 29일에 이은 두 번째 연기였다. ‘우주 발사 시스템(SLS)’ 동체에서 연료인 ‘액체수소’가 새는 문제가 반복되면서 달나라행이 최소 몇 주간 보류된 것이다. 이처럼 난관이 있지만, 1972년 아폴로 17호 발사 이후 처음으로 달에 사람을 다시 보내겠다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건재하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출발선인 아르테미스 1호는 마네킹을 싣고 달 주변을 돌다 오지만, 2024년 발사될 아르테미스 2호에는 사람이 타고 달 근처에 접근했다가 ..
서울시가 아이 봐주는 조부모 등 친·인척에게 월 30만원의 돌봄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발표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에 따른 육아 공백을 현실적으로 조부모가 메우면서 이에 대한 공적 부조 없이는 효과적인 출산·양육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애 키운 공은 없다’며 사회적으로 크게 인정받지 못했던 조부모들의 육아 기여도를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왔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양육 지원을 받는 사람 중 조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10명 중 8명(83.6%)으로 가장 높았다. 다만 부정수급 가능성, 적용 대상인 중위소득 150% 이하 제한 등은 과제다. 서울시 역시 “예산 한계와 시범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상..
우유의 원료인 원유 가격 책정 방식을 두고 정부와 낙농업계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달리 매기자는 정부안에 낙농업계가 반발하면서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진 지 벌써 몇달째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이달 초 결정됐어야 할 새 원유 가격 협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낙농가들이 원유 공급을 거부하면서 우유 가격을 밀어올리는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극한 대치 중이지만 양쪽 주장에 ‘낙농·유업계 공멸을 막아야 한다’는 교집합은 있다. 10년 전 구제역으로 낙농산업이 궤멸될 상황에 처하자 정부는 생산비를 원유가에 보전해주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국내에서 소비되는 음용유 양이 줄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유회사..
고등학생 지우는 ‘은강구’의 낡은 빌라에 산다. 이 빌라 1층엔 당뇨를 앓는 아버지와 발달장애 아들이 살았으나 아버지가 ‘아들이 기초생활수급권을 받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에 일을 나가지 못했지만 근로가 가능한 병이라는 이유로, 아들은 장애등급이 높지 않아서 수급자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3층엔 보육시설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 남매가 사는데, 50만원이 안 되는 기초생활수급비로는 학비·생활비가 빠듯하지만 수급권을 박탈당할까봐 아르바이트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지우 친구인 강이는 외할머니와 단둘이 사는데, 중학교 때 수급권을 신청했지만 부양의무자인 외삼촌의 재산이 많아 2년 만에 부정 수급자로 걸렸다고 한다. 을 쓴 김중미 작가의 근작 에 나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