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승우아빠’의 편집자 구인공고문이 최근 SNS에서 소소한 화제가 됐다. 업계에서 보기 드문 고정급 보장에 상당한 액수가 특히 주목받았지만, 승우아빠의 공고문은 좀 더 특별했다. 급여 수준을 명확하게 밝혀 적었고, 인센티브 기준을 작업물의 조회수가 아니라 개수로 잡았다. 채널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직무능력과 작업조건, 지원서 심사에 걸리는 시간과 그 처리방법을 분명하게 밝혀 적었다. 편집 능력 테스트에 따른 테스트비도 지급한다. 지원자도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계약방식이나 급여지급일까지 밝혀 적었다. 대부분 기업의 채용공고엔 없는 내용들이다. 기본적인 회사 소개도 없고, ‘내규에 따름’ 따위로 적어 급여 수준도 알 수 없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설명해주는 경우도 드물다. 각종 절차..
신당역에서 발생한 전주환의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스토킹 범죄에 몸서리치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스토킹 범죄 피해자 실효성 있는 보호 방안은?’을 주제로 국회의원 23분이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바쁜 국정감사 중에도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손발을 걷어붙인 국회 모습은 정말 감사했다. 여기에 토론자로 출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반의사불벌조항 삭제, 온라인스토킹 처벌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입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다행이다. 당장 시행해주길 바란다. 여기에 두어 가지만 더 보태고 싶다. 현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별하고 있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反)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동행을 제안할 때는 보통 어디로 어떻게 갈 계획인지를 설명한다. 함께 가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붙이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동행 제안은 꽤나 무례하고 때론 폭력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약자와의 동행’은 어떤가. 그의 말에는 ‘약자’가 자주 등장한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관된 모습이다. “공정과 상식의 이름으로 진짜 약자를 도와야 합니다.”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그는 국민의힘 선대위 산하 ‘약자와의 동행 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기도 했다. 취임 후 뜸하다 싶더니 취임 100일 전후로 ‘약자’가 다시 불려 나오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인 복지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독거노인 가정, 자립준비청년 생활시설 등을 방문하는 행보가 이어졌다. 약자를 보호한다, 두껍게 지원한다, 따뜻하게 동..
코로나19 이전보다 일이 힘들다고 한다. 주위 몇몇 노동자들의 하소연이다. 일터에서 폭언, 폭력, 폭행, 괴롭힘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객이나 시설 이용자 등 제3자로부터의 부당한 언행은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최근 훨씬 심해졌다고 한다. 슬프게도 힘듦과 고통은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는 결정을 할 정도다. 감내하지 못하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우리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노동자들의 삶에서 폭력과 괴롭힘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일부 고객의 공격적인 행동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 노동자들에게 욕설이나 비하 등의 언어적인 폭력은 물론 의도적으로 기침을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병원 같은 곳에서는 감정적 피해나 위협 혹은 신체적..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가 복지후퇴를 밀어붙이면서 거칠게 내세웠던 수사가 ‘대안은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이다. 우리 연금개혁 논의에서도 ‘대안은 없다’라는 주장이 과거 그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연금문제를 빨리 제거해야 할 시한폭탄에 비유하거나, 몇 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거칠고 엉뚱한 주장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대안은 없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의 노후보장은 포기하라’가 쌓이고 쌓이면, 이것이 우리 사회 연금개혁 논의 틀을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좁아진다. 국민연금 급여를 대폭 깎거나 보험료를 대폭 올리거나. 예를 들면 노인 인구수..
9월24일 곳곳에서 오롯이 기후위기 문제 하나로 사람들이 모였다. 각자의 삶의 공간에서 기후의 문제가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은 피할 길이 없다. 살림하는 입장에서는 농산물값과 품위 문제로 다가온다. 올해 흔한 여름 반찬이던 오이와 가지를 들었다 놓았다 한 이들이 어디 한둘일까. 친환경농산물 소비의 요체인 생활협동조합에서도 농산물 갖추기가 어려워 툭하면 ‘품절’ 표시가 내도록 뜨곤 했다. 점점 더 험해지는 기후에 친환경 농산물은 때깔은커녕 가격 맞추기가 더 어렵다. 그래도 소수의 농민들이 꾸역꾸역 농약, 제초제 안 쓰면서 풀을 뽑아 농사를 지어왔고, 사 먹는 사람들은 내 건강, 가족 건강 생각하느라 웃돈 주고 사 먹어 왔다. 그런데 그 웃돈이라는 것이 사람 마음 묘하게 만든다. 본전생각을 자꾸 하게 만들기..
어두침침한 조명과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동네 달건이들이 당구를 치고 있다. 스리 쿠션을 칠 때마다 돈을 주고받는 ‘죽방 당구’가 한창이다. 공이 먼저 맞았느니, 쿠션 먼저 맞았느니 시비가 붙더니 급기야 패싸움까지 벌일 기세다. 당구장 주인이 황급히 싸움을 가라앉히고 음료수를 다시 내와 달랜다. 호기심에 당구장 밖을 기웃거리던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은 소동을 틈타 당구장 안에까지 호기롭게 들어선다. 뒤늦게 알아차린 당구장 주인이 장사 망치려고 작정을 했냐며 호통친다. 못 들은 척 까까머리들이 구석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공을 달라고 해서 신나게 논다. 1980년대 동네 당구장에서 흔히 보던 풍경이다. 당구장은 할 일 없이 빈둥대는 청춘들의 해방구였다. 마음껏 담배 피우고 내기 당구 치고 짜장면을 먹으며 남..
‘노란봉투법’이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을 무분별하게 청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2015년 처음 국회에서 발의된 이후 7년간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가 미뤄온 사이에 또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야 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받은 액수는 470억원, 2014년 쌍용차 노동자들이 받았던 47억원의 정확히 10배다. 이런 일 막자고 발의한 법안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은 “민주노총 방탄법”이라고 불렀다. 참 악의적인 표현인데, 성 의원은 왜 노란봉투법을 민주노총 방탄법이라고 불렀을까. 이 질문은 이렇게도 번역된다. 왜 민주노총만이 노란봉투법의 보호를 받는가? 이렇게 질문을 바꿔 생각해 보니 성 의원의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