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는 무엇일까? ‘소나무’이다. 산림청이 지난 2월 한 달간 실시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7%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다. 소나무는 2006년 조사에서도 66.1%의 지지를 받아 1위로 뽑힌 우리 민족의 나무이다. 소나무는 숱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곧은 나무들은 목재로, 1970년대엔 솔나방과 솔잎혹파리로, 최근에는 소나무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병과 기후온난화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여 방제하고 있으니 꿋꿋하게 이 땅을 지켜내리라 본다. 소나무는 독야청청 비바람과 눈보라 속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늘 푸른빛을 잃지 않는 굳은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며 장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솔잎을 깔아 송편을 찌고, 아이가 태어나면 솔가지..
내년 4월13일 실시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지역선거구를 획정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의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큰 틀로 보면 국민들을 위한 제도적 결단이고 정치개혁의 구체적 모습이라 생각한다. 정당 간, 국회의원들 간 이해득실에 따른 이전투구로 총선 때만 되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선거구 획정을 제3의 기관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성 등 제도의 취지에 기반을 두고 제때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당연하다. 또한 선거가 임박해서야 겨우 선거구를 획정했던 그동안의 비정상적 행태를 정상으로 환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당원인 국민들에게..
누구나 살면서 한번 이상 주사를 맞는다. 모든 일은 반복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라지만 주사를 맞는 것만큼은 매번 두려운 마음이 든다. 여러 가지 정신적인 불안 장애 중 주사 공포증이 있을 정도로 주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런 주사를 매일 평생 맞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당뇨병 환자이다. 당뇨병 환자라고 무조건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혈당 관리를 위해서 먹는 약에서 주사를 맞는 것으로 치료 방법을 바꾸곤 한다. 본인이 당뇨병 환자거나 혹은 당뇨병 환자 가족이라면 매일 주사를 맞는 것에서 오는 고통을 깊이 공감할 것이다. 다 큰 어른이 주사가 싫다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들의 투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주삿바늘로 인해 느껴지는 통증..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1년 전,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국제행사에서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국 참가자들의 입국을 막았고, 한 항공사는 케냐 직항 운항을 중단했다. 이제까지 전염병은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 일이었다. 하지만 메르스는 다른 나라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닌, ‘나를 위협하는 심각한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지난 3월 발생한 바누아투 사이클론 팸과 4월 네팔 대지진, 5월 파퓨아뉴기니 강진 등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난재해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일까? 이 질문에 대해 필자는 이제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근래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지성 폭우, 폭염 등을 경험했고, 신종 바이러스와 질병으로 ..
녹색으로 물든 한강을 보고 걱정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한강물을 투명한 컵으로 뜨니 딱 ‘녹조 라떼’다. 지난 6월27일에 발생한 한강 녹조의 발원지는 ‘방화대교~신곡수중보’ 구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가뭄으로 인해 상류 팔당댐의 방류량이 줄었고, 6월26일 내린 20㎜의 비가 오히려 한강의 오염을 가중시켰고, 신곡수중보에 막혀 물 흐름이 정체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류 방향으로 녹조가 확산되고, 조류경보 구간이 동작대교까지 확장되더니, 지난 7일 서울시는 상수원인 잠실수중보 상류까지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가 잠실수중보를 뛰어넘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깨끗해야 할 상수원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물 관리 정책에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내츄럴엔도텍은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백수오 원료의 기능성을 인정받은 이후 30곳 넘는 대기업과 홈쇼핑업체에 독점 공급해온 ‘가짜 백수오’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받아온 업체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이 지난 6월26일 “식품 원료로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했거나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츄럴엔도텍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실상 ‘내츄럴엔도텍이 잘못했지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의견은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임기 내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의지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검찰의 결론은 국민감정을 떠나 법리적으로도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내츄럴엔도텍은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 발표 후 자사 홈페이지,..
의결자문회사인 IS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왜 그랬을까?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엘리엇의 논리가 더 타당했기 때문이라는 듯이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의결자문사와 행동주의 헤지펀드 간의 실제 관계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법무법인 모리슨&포스터가 지난해 내놓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인수·합병(M&A)에서 이득을 취하는 수많은 방법’ 보고서를 살펴보자. 이 보고서는 그 방법으로 크게 3가지 전략을 설명한다. 첫째는 발표된 인수·합병 딜에 반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법원에 합병 비율이 잘못됐다고 자산평가 소송을 내는 것이다. 셋째, 적대적 인수이다. 흔히 행동주의 펀드는 1980년대 기업사냥꾼과 달리 소수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2015년은 숫자로 기념할 일이 매우 많은 해다. 광복 70주년, 한국전쟁 65주년,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20년, 세월호 참사 1년, 메르스 국제 민폐국 원년 등. 더 많은 의미가 있는 사건·사고들이 있겠지만, 6·29 삼풍백화점 붕괴 20년은 꼭 기억해야 할 날이다 . 삼풍백화점 붕괴 20년, 우리 사회는 무엇을 남겼을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려는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뤘다. 얻은 만큼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가족간, 마을간 공동체가 무너지고 경쟁에 내몰린 10대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되고 자살률이 증가하는 등 미래사회를 걱정하게 만든 현상들뿐이다. 20∼30대는 취업과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가 되었고, 은퇴를 앞둔 장년들은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