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맞서 박근혜 후보는 한·중 열차페리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운송물류를 전공한 필자의 눈에는 둘 다 어불성설의 공약이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4대강 살리기’라는 기만적인 타이틀로 강행되어 현재 이 나라에 큰 골칫덩어리가 되어 있다. 한·중 열차페리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제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에 편승하여 간간이 거론되다가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서해 열차페리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열차페리는 철도, 해운, 트럭의 특성을 모르고 상상하는 비현실적 아이디어이다. 열차페리는 페리선에 열차를 직접 진입시키기 때문에 하역 ..
방송통신위원회는 신생 방송사의 안정과 성장을 이유로 종합편성채널에는 의무재송신을 통한 전국방송, 황금채널 배정, 중간광고 허용, 방송발전기금 면제 등 많은 특혜를 주고 있다. 반면 경인지역의 유일한 지상파 OBS에는 97%의 자본금이 소모되는 동안 합리적인 지원을 외면해 1500만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권익이 침해당하는 것을 방관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하려 했던 OBS는 노조원들이 지상파 방송의 50%, 지역민방의 60%에 불과한 최저임금에도 불구하고 다시 임금을 12% 삭감하기로 결의해 해고없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생각해보면 OBS에 대한 방통위의 정책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2006년 지상파 사업자 선정 이후 1년이 지나 방송허가가 났고 서울에서도 ..
지난 3월3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실로 25년 만에 대한민국 체육계를 대표하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간의 통합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체육계는 이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는 2016년 3월28일까지 양 단체의 구조와 기능을 통합한 통합체육단체를 구성·발족시켜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제에 직면했다. 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두 달여가 지난 현시점에서 “통합준비위원회 위원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놓고, 일각에서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마찰이 자칫 체육단체 통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지 않을까, 속내는 통합을 원치 않는 게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25년간 독립 운영되어 ..
지난 5월12일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이 발표됐다. 이후 언론은 주로 ‘근현대사 비중 축소’를 중심으로 보도했다. 발표된 시안 중 필자가 보기에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사 교육과정 시안이었다. 세계사 교육과정은 ‘2007 개정 교육과정’ 이후 역사학 연구의 발전에 따라 글로벌 히스토리 관점이 반영됐다. 글로벌 히스토리 관점이란 이전까지의 세계사가 유럽과 근대를 강조했던 것에서 지구 각 지역 세계의 교류와 협력 속에서 문명이 발전한다는 시각을 갖고, 현재 지구상에 전개되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시안 개발자들은 이러한 교육과정 때문에 ‘세계사가 학생들이 기피하는 과목’이 됐다며, 한국의 역사학과 역사교육 수준에서는 ‘미션 임파서블’임이 판명났다고 했다. 글로벌 히스토리 관점에서 ..
2018년 시흥 배곧신도시에 서울대 캠퍼스가 들어선다. 시흥시가 제공한 땅(27만5000평)의 일부에 아파트를 지어 창출된 개발 이익으로 캠퍼스를 짓는다는 것이 건설 계획의 요체다. 공간과 기숙시설이 부족한 대학, 개교 공약을 실천하는 지자체, 분양 이익을 만들어내는 건설사, 이들 3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새로운 형태의 캠퍼스 건설 모델이 급부상하고 있다. 건설사의 ‘서울대로 유학가자’는 광고 카피는 첫 분양 계약(총 2701가구)의 성공을 이끌었다. 또한 지난달 성낙인 서울대 총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회동해 배곧신도시를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유치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캠퍼스 설립 세 주체에 이어, 경기도와 지역 주민, 수천명의 아파트 분양자까지 서울대 시흥캠퍼스..
갑상샘암의 과잉 수술에 대한 문제점이 또 제기되었다. 2년 전 MBC 과 KBS 에서 하루 간격으로 갑상샘암의 절제 수술 필요성에 대해 정반대되는 내용이 방송된 바 있다. 에서는 과잉임을 부각했고 에서는 초기 수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혼란은 계속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이 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이런 사태의 이면에는 항상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예전에 엄청난 사태를 몰고 왔던 황우석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왕좌왕 도무지 결론이 나질 않았었다. 첨단 생명공학이라는 전문분야의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었다. 작게는 자동차 수리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 내가 받은 서비스가 정말 최선의 서비스였는지 알 수 없긴 마찬가지다. 변호사 업무도 그렇다. ..
네팔 박타푸르 지진 피해지역 잔해 위에 올라섰다. 마을 전체가 완전히 파괴된 참혹한 모습에 한동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건물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실종된 가족의 유품을 찾는 이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지금 네팔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망자 수가 8000여명에 달하는 네팔 대지진. 유엔 발표에 의하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아동은 약 90만명에 이른다. 무너진 집과 파괴된 도로처럼 눈에 보이는 피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 마음의 상처는 더욱 심각하다. 아이들이 자라서 네팔의 잃어버린 세대가 될지, 네팔의 미래를 이끄는 희망의 세대가 될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달려 있다. 월드비전은 네팔의 미래가 되는 아이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
‘졸음운전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겨우 졸음에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최근 고속도로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플래카드라 생각된다. 날씨가 화창해지면서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 가는 고속도로에서 장소를 불문하고 달아놓은, 얼핏 봐도 자극적인 문구들을 자동적으로 읽게 되면서 심정이 매우 불쾌해졌다. 계속 반복되는 단어, ‘죽음’ ‘살인’ ‘자살’ ‘고통’ ‘후회’…. 처음에는 ‘최근 졸음운전 사고가 급증하고 있나’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나름 직업정신이 발휘되어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래, 정부 기관이 세종시로 옮겨가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확실히 예전보다는 업무로 인한 지역 간 이동이 많아진 것은 사실일 거야. 나만 해도 세종시를 일주일에 두 번씩은 왔다 갔다 했는데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