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얼마나 될까? 지난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교육지표 2021’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은근히 자랑하는 것처럼 한국의 25~64세 인구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약 5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그런데 수준별 고등교육 구성비를 보면 따져볼 점이 좀 있다. 먼저,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2년제 전문대(14%)와 4년제 대학(32%), 그리고 대학원 과정(4%)을 합한 개념이다. 한국은 일본, 캐나다 등과 함께 2~3년 단기 전문대 졸업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반면 독일,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 등은 우리보다 대학원 졸업자가 훨씬 많다. 만일 전문대를 제외하고 4년제 대학학위와 석사학위 취득자만을 합하여 비교하면 양상은 많이 달라진다...

산촌에 와서 시작한 책읽기 모임이 있다. 올해로 6년째 이어가는 ‘자치와 자급 공부모임’의 우리는 한 달에 1만원씩 연대기금을 모은다. 최근에 사용한 곳은 미얀마 민주주의 투쟁을 지원하는 연대기금이다. 온라인 집회에 같이 참여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참가 후기를 나눌 때, ‘거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더라’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 미얀마 민중의 모습에서 ‘우리’를 봤던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였다. 그즈음 나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란 말을 종종 들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던 날도 그랬다. 그날 모인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자꾸만 불안했다. 왜 그랬을까, 그곳은 여기서 멀어도 한참이나 먼 곳인데. 대통령은 차에 가득 현금을 싣고 도망가고 나라의 주인으로 행세하던..
작년 추석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로 ‘테스형’ 돌풍을 일으켰던 KBS가 올 추석에는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을 올렸다. 이번에도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나름 한 것 같다. 나훈아가 우리의 가슴을 뒤흔든 회오리바람이었다면 심수봉은 우리의 가슴에 촉촉이 잦아드는 가을바람이었다. 심수봉도 국민가수였다. 방송 내내 우리 가족은 각자의 심수봉을 불러냈다. 할머니 품에서 자란 둘째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애창곡이었다는 기억을 꺼냈고, ‘백만 송이 장미’를 기다리던 아내는 그 노래가 끝머리를 장식하는 곡일 거라고 신통력을 보이며 우쭐했다. 1955년생 심수봉과 동갑인 나는 우리의 ‘세대’를 소환했다. 심수봉은 같은 또래인 우리 세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때 그 사람..

군대는 전쟁을 대비하는 조직이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니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높은 정신력과 전투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훈련을 거듭하고 살신성인·멸사봉공의 자세,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에 직업군인들은 존경받는 대상이 된다. 군인에 대한 존경은 단순한 마음의 표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업군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유사시를 대비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며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급여는 상당한 수준이 되었고, 군인연금은 엄청난 수준이다. 2019년 1인당 월평균 군인연금 수령액은 272만원이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40만원 남짓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
내 연구실 책상 위엔 나침반이 놓여 있다. 해군 장교로 첫 지휘관인 고속정 정장을 시작할 때 선배로부터 받은 것이다. 나침반은 오래전부터 망망대해에서 항로를 잡아주는 데 필요한 기구였다. 기술이 발달해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위성항법장치)나 전자해도를 사용한다고 해도 여전히 나침반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도구이다. 선배는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해군 장교로서 꼭 가져야 할 자질과 함께 굳은 신념을 지니라고 당부했다. 우연일까. 10년 전 해군을 떠나기 직전 나침반이 고장 났다. 군복을 벗게 된 것이 해군 장교로서 신념이 부족한 탓이란 자책이 나를 괴롭혔다. 버릴까 고민하다 챙긴 것이 지금까지 책상 위에 남아 있게 되었다. 바늘 한 쪽이 주저앉아 바닥에 닿아 있다.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 난..

드라마 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병역의 의미와 안보 참여 개념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청한다. 드라마를 보며 잠재됐던 트라우마를 느낀다는 사람들은 20~30대들뿐 아니다. 제대한 지가 한참 지난 40~50대 중에도 꽤 있다. 알다시피 김보통의 웹툰 원작에는 ‘개의 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멀쩡한 사람이 개(‘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상용어. 애견인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취급당하고, 선하던 사람이 악마처럼 되어 동료 병사를 죽도록 괴롭히는 대한민국 군대는 변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육군 향토사단 사령부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때 부대 사무실에서 자주 읽던 책(?) 가운데 군 수뇌부에서 간행한 ‘사고 사례집’이 있었다. 거의 한글 대사전 두께의 이 ‘대외비’ 자료집에는, 온갖 ‘사고’ 즉 자살..
“일본의 중추 대부분을 코리안계가 차지하고 있어 위험하다”, “(한국인은) 숨을 내쉬듯 거짓말하는 성격”.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일본기업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의 말이다. DHC가 만드는 간행물과 인터넷 방송에서도 혐오 발언과 역사 왜곡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 지난달 아사히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났다. 핀란드의 인기 캐릭터인 ‘무민’ 쪽에서 일방적으로 DHC와의 계약 중단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무민은 북유럽 숲속에 사는 트롤이다. 하얗고 포동포동한 하마처럼 생겼다. 작가인 토베 얀손은 2차대전 당시 전쟁의 공포를 잊기 위해 아름다운 숲속에서 낙천적이고 평화롭게 사는 무민 가족을 그렸다. 이후 무민은 동화책과 만화, 영화로 제작돼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논쟁했던 주제다. 부자가 될 기회를 주면서 빈자에게 인색한 자본주의, 모두가 부자되기를 포기하지만 빈자에게 따뜻한 사회주의, 어느 것이 더 우수한가. 논쟁의 결말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의 행복 논쟁에서 ‘사회 내 수직이동가능성’이 정치투쟁을 횡단하면서 절대로 빼앗기지 않고 차지하는 위상이다. 우리나라의 발전경로에 비추어볼 때 이는 더욱더 중요한 의제가 되었고 이를 위한 사회경제적 혁신의 진흥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거부할 수 없는 과제이며 여기서 인터넷생태계의 발전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보급률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인터넷강국이면서도 인터넷생태계의 혁신성은 허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6월 스타트업게놈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