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사를 보기 힘들어 아예 눈과 귀를 막는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 10·29 참사에 관한 기사들마다 감정을 쉽게 주체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나부터도 그러하고 주변의 학생들 또한 다르지 않다. 특히, 참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자들의 발언을 들을 때마다 더욱 심해지는 듯하다.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답답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기사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게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정부에 맞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추모 촛불 제안’을 기획하는 시민들의 기자회견도 지난주에 있었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 내 질문은 그 슬..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릴 때 접경국의 난민촌에 피란 온 우크라이나인들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 음식? 답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 또는 지인들과의 통신이 갖는 해방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은 전기, 수도 못지않게 현대인들에게 필수품이 되었고 공공지원을 통해 보급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작년 11월에 미국이 인프라투자 및 일자리법을 통과시킬 때 650억달러(현재 환율기준 약 84조원)를 인터넷접근권 강화에 배정하였다. 이 중 65% 이상이 지방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공공인터넷망 건설 및 접근권 강화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에도 공공인터넷은 활발하게 운영되어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공공인터넷이 6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
이태원에서와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쉽다. 여태껏 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 80명 정도의 1개 기동대만 배치해서 행렬의 원활한 흐름만 확보하면 된다. 늘 해오던 일이니 어려울 게 없다. 다만 2022년 10월29일만 예외였다. 한국 경찰은 100만명이 넘는 인파도 안전하게 관리할 실력을 갖추고 있다. 최루탄 한 방 쏘지 않아도 된다. 시민 역시 경찰의 안내를 잘 따라준다. 거친 말이 오가는 집회는 많지만, 폭력집회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말하는 ‘소요’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이례적인 일탈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까닭을 짚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한 열쇳말은 ‘안전’ ‘마약’ ‘경호’다. 안전. 윤석열 정권 출범 ..
내년 복지분야 예산안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두고 논란이다. 이 사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익활동형(공공형)이 올해 61만개에서 내년 55만개로 6만개 줄기 때문이다.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다양한 욕구에 맞추어서 공공형을 축소하고 대신 시장형과 사회서비스형에서 일부 늘렸다고 설명하나 벌써부터 동네 노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공공형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평균연령이 77세로 높고 일의 내용도 다른 유형과 구별되는데 정부가 전혀 현실을 모른다고 탄식한다. 현재도 공공형 일자리에 대한 노인의 수요는 높다. 올해 공공형에서 대기하는 노인 수만 거의 10만명이다. 아마도 선정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여 지원하지 않은 단념 노인까지 합치면 실제 대기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올해 전체 노인일자리 참여 희망 노인 대비 실제 ..
“하나금융의 보고서를 받고 놀랐다. 하나금융에 요구했던 범위를 벗어났다. 나는 그저 하나금융에 론스타와의 주식인수 계약을 계속 유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었다. 그렇지만 하나금융은 보고서에 주식인수 가격을 깎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담았다. 나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나는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론스타 사건 판정문 241면) 그러나 론스타 사건 판정부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론스타 사건 실무 책임자 손주형 팀장의 증언을 배척했다. 인수 가격을 깎아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증언도 외면했다. 금융위의 내부 문서가 패소를 불렀다. 판정부는 대한민국 금융위는 지문을 남기지 않는 전략을 세웠으나 그 내부 문서에 많은 유죄 증거가 담겨 있다고 썼..
2020년에는 폐지 수거 대란이었다가 지난해에는 폐지 수급 대란이었다가 최근 다시 수거 대란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쓰레기 정책을 보면, 이건 정권 차원의 문제를 떠나서 그냥 환경부가 문제다. 규제부처는 규제부터 해야 하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진흥부처 시늉이다. 환경부는 4대강 죽이기 사업에서 이미 ‘국토부 똘마니’ 이미지를 굳혔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 혈세와 국토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죽이는 데 환경부가 충직한 사냥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낙동강을 보라. 가정집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쌀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무·배추도 마찬가지다. 올 한 해 동안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와 국립 부경대 연구팀이 이러한 조사 결과를 연달아 발표했지만, 대책조차 내..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 이태원 참사 이후 많은 이들이 국가의 부재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있다. 정치학자인 나는 이런 물음에 민감하다. 국가를 부름이, 안전과 보호에 대한 요구가 치안국가·감시국가를 불러오지는 않을지, 걱정도 한다. 안전과 보호는 민중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우파 포퓰리즘 정치는 그런 요구를 낚아채어 민중의 안전을 민중에 대한 치안과 통제로, 시민의 보호를 외부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배타주의와 혐오 선동으로 변질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그날 우리에게 국가가 있었느냐는 물음은 지금까지 대체 어떤 국가가 있었으며, 우리가 원하는 국가는 어떤 국가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국가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물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나라 사람들에게 국가..
e메일을 열어보는 손끝이 떨렸다. “이태원 사고 희생자를 위한 교내 합동 분향소 설치를 안내하오니, 애도의 마음을 함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읽으면서, ‘아’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갑자기 눈이 뜨거워졌다. 참사의 희생자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실감이 밀려왔다. 중앙대 대학원생 3명이 희생되었다. 모두 유학생들이었다. 캠퍼스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지도 모를 예비 석사, 박사들이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반 뼘쯤 땅에서 떠 있는 상태로 생활하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 희생된 사람들의 사연들, 유족들의 절규와 통곡, 극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들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런 나 자신이 낯설었다. 숱한 죽음의 이야기들을 현장과 거리를 둔 채 읽으며 슬퍼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