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갑자기 156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희생자 중 10~20대가 116명이다. 세월호 참사와 그것이 남겼던 과제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 8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던 다짐과 노력은 어디로 갔을까. 말로 다 못할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삶을 누리지도 못한 너무 젊은 희생 앞에서 ‘명복을 빈다’고 말하지 못한다. 거대한 사태에는 복합적이고 다기한 원인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미래의 주인인 젊은이들이 살아갈 이 체제 자체에 대해 다시 진단하고 실천해야 한다. ‘국뽕’ ‘선진국’ 같은 허위의식 따위는 버리고 말이다. 이태원에는 온갖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오가고 또 그만한 문화적 축적이 있다. 이주민 중에서도 소수에 속하는 무..
마음이 무겁다. 꽃다운 이들이 스러졌다. 교단의 일원으로서 유구무언일 따름이다.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는 피눈물이 날 지경이다. 억울한 젊은 영혼들 앞에 마뜩한 진혼도 떠오르지 않는다.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 ‘헬조선’이라는 얘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경제는 효율성만 좇아 양극화되었고 정치는 깃털같이 가벼웠으며 안보는 충돌 전야를 방불케 했다. 다행스럽게 당시의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는 난파선을 탈출하기보다는 부서진 함선을 직접 개조하는 위대한 여정에 나섰다. 촛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광장정치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권부의 무책임성에 대한 조건 반사로 시작해, 정치·경제·안보 상황이 직면한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직접정치로 진화했다. ‘촛불혁명의 위임권력’임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 5년의 실험..
또 안타까운 부고가 연이어 날아들었다. 대표적 제빵회사의 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 중에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빵 만드는 곳에서 일하다가 참변을 당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운용하지 않고 영리만을 추구하는 비인간적 기업경영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한편 모범적 탈북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던 여성이 오래전에 고독사한 채 발견되었다. 아직 정확한 사인규명이 필요하지만 목숨을 걸었던 탈북이 이런 죽음을 예견하고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터이다. 만일 송파나 수원의 세 모녀 사례와 같이 생활고에 따른 죽음이라면 그동안 생사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동료시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들이 얼마나 허망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성공적..
질문은 대화와 소통의 핵심적 요소이다. 물음표는 질문을 통해서 듣는 사람의 참여와 대화를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쌍방 간에 생성되는 질문과 답은 상호호환적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함께 바라보고 있는 문제상황을 명료화하고, 분석하며, 개선한다. 질문은 의문에서 나온다. ‘의문’이 한 개인이 갖는 의구심이라는 심리적 상태인데 반해서, ‘질문’은 그런 심리적 상태가 대화를 통해 소통의 장으로 진입하는 사회적 행위이며 적극적 행동이다. 또한 의문이 비판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질문은 곧 비판적 행동일 수 있다. 그래서 권위적 사회일수록 질문은 저항의 상징이 되고, 의문을 가지는 것은 도전이 된다. 질문은 제한되고,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며, 답변은 이미 정해져 있다..
카카오 서버가 있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지난 15일부터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의 대다수 서비스가 24시간 넘게 장애를 겪었고, 티스토리 등 일부 서비스는 만 이틀이 지나도록 정상화되지 못했다. 거의 전 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데이터센터도 정부의 통신 재난 방지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2018년 11월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5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저장장치 등을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도 관리 대상에 포함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들이 ‘지나친 규제’라고 반발했고, 이에 동조한 여야 의원들이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이중 규제’라고 반대해 ..
자본주의의 기원설화는 어떠할까. 영국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조금은 거칠게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태생이 ‘식민주의적’이라고 말이다. 가치를 뽑아내고 그 대가를 온전히 지불하지 않으니 식민주의적인 셈이다. 히켈은 그 대표적 예로 ‘인클로저’를 든다. 농촌 공동체가 공동 관리하며 함께 사용했던 숲, 목초지, 강에 지배층이 울타리를 치고 사유화해버린 사건 말이다. 자본주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통 초기 자본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카를 마르크스는 그것이 인클로저처럼 순수한 저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약탈과도 같은 야만적 축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 지적했다. 그와 같은 약탈은 자본 축적 이외에 평민에게 ‘굶주림’을 선사하고, 그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값싼 임금노동의 굴레에 빠져들게 만든다. 더 나..
망사용료법을 주장하는 통신사들은 국내에 직접 접속하는 외국의 대형 콘텐츠제공자(CP)들에게만 돈을 받기 위한 것이므로 국내기업들과 개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망사용료법 법조문에 외국CP들에게만 적용된다는 문구는 없다. 당연히 국내CP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애써 외면하지만 2016년부터 망사업자들 사이에서 시행되어온 발신자종량제 때문에 국내 인터넷접속료는 유럽의 8~10배, 미국의 5~7배 수준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인터넷접속료를 세계 최초로 국내CP들의 법적 의무사항으로 만드니 결국 망사업자들의 엄청난 폭리를 보장해주는 법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망사업자들이 요구한 접속료를 냈어도 액수가 정당하지 않았으면 역시 처벌당할 수 있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홍콩·도쿄..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자는 이야기가 많다. 여당 의원부터 재촉한다. 김병욱 의원은 2017년 7897건인 촉법소년 범죄 건수가 2021년 1만2502건으로 “4년 새 2배가 늘었다”며 위험을 강조한다. 늘어난 것은 58%인데, 2배 늘었다고 과장한다. 이런 과장도 이상하지만, 문제는 건수가 유독 적은 해와 그렇지 않은 해를 꼽아 보여주면서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거다. 같은 통계를 보면 2012년 촉법소년 범죄 접수 건수는 1만3339건이었다. 2021년에 1만2502건이었으니, 기준을 지난 10년으로 잡으면, 범죄는 완만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특정 연도를 꼽아 인용하며 범죄가 급증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촉법소년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곳은 언론이다. 자극적인 기사가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