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올해 안 확정을 목표로 초·중등 교원 양성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가지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 핵심 사안의 하나는 중등교원 양성 경로의 변경안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교사 정원 축소의 필요 및 양질의 교사 양성 과제에 주목하며 이를 위해 양성 경로 특성화의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구상이다. 특성화는 요컨대 중등의 공통과목 교사 양성 기능을 사범대에만 남기고,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의 경우는 특수과목 교사 양성이나 재교육 등의 기능으로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안대로라면 현재는 공통과목 교사가 사범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의 여러 경로를 통해 양성되는 열린 구조임에 비해, 앞으로는 사범대를 양성의 유일 경로로 하는 폐쇄적 구조가 된다. 이에 따라 중등학교의 정규직 교사 채용..
일본 도쿄대에서 조교수를 하던 1997년, 공동연구를 위해 과학 선진국인 스위스에서 한 달, 그리고 스웨덴에서 반년을 체류하며 문화충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대학원생·연구원·교수가 크게 다르지 않은 연구실을 사용하고, 같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같은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고 토론하고 대부분 오후 5시 정도에 칼퇴근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연구해서 어떻게 좋은 성과를 내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지만 실제로 매우 뛰어난 연구를 하는 곳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 기초연구를 확대하고 연구자 중심의 연구제도를 만들어 젊은 과학자를 육성하자고 외친 지 4년째다. 하지만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과학을 좋아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는 큰 진전이 없다. 오..
교육 환경의 변화는 역동적이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체제에 대한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정부와 국회도 국가 성장동력으로서의 교육체제 혁신을 위해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2022 교육과정 개정 등 미래 교육 대전환을 준비 중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튼튼히 세워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변화이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다. 그 힘은 교육에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라는 어두운 면도 있다. 삶과 괴리된 지식 습득 교육, 지나친 ..
‘저 애만 없으면 수업 분위기가 참 좋을 것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학생이 반에 한 명씩은 꼭 있다. 하지만 어쩌다 그 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면 신기하게도 크게 다르지 않은 학생이 그 자리를 메운다. 대부분의 ‘저 애’는 알고 보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친구들이 학교생활에 부적응을 겪게 되면 학교에서는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좀 더 세심한 돌봄과 지도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학교위기관리위원회에서는 구청 복지담당부서나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외부 기관의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의 실마리와 지원 방법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의 사안은 어느 정도 해결책이 보이는데 가끔은 답답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보호자로부터..
2학기 전면 등교 소식이 들린다. 주 5일 등교가 ‘교육의 정상화’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서적 우울, 돌봄 격차, 기초학력 저하…. 코로나19 장기 팬데믹으로 일그러진 일상의 리스크를 안고 아이들은 다시 긴 시간 학교에 머무르게 되었다. 코로나19로 학교의 역할이 명징해졌다. ‘학습’ 공간으로만 여기던 학교가 그에 못지않게 ‘친교, 돌봄, 복지’의 공간이었음이 드러났다. 개인적 돌봄에 취약한 학생들일수록 ‘학교가 전부였다’는 사실도 또렷해졌다. 앞으로의 교육개혁도 그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작년 발간된 한국교육개발원의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보고서에선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서의 관계성 및 공동체성의 결핍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지적..
지난 교직생활을 돌아볼 때, 실제로 느껴지는 학교의 변화는 30년 동안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줄었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체벌이 없어졌으며, 교복·교과서·급식·학비 등 전국적으로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학교의 확산으로 교사의 강의 중심 수업에서 학생 참여 중심 수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의 흐름이다. 앞으로 더 변화들이 일어나겠지만, 제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난 변화가 여기까지 오는 데 3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반대로 평가는 가장 변화가 느린 영역이다. ‘성장 중심 평가’라는 말이 교육청 계획서에 실려 매년 초 학교로 내려오지만 일선학교에서는 평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한 인간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그만큼 깊고 면밀한 영역이다. 따라..
학부모와 학생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는 교우관계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 외에 가족관계가 없는 외둥이인 경우가 많고 만나는 사람이 다양하지 못해 사회정서적 기술이 부족하다. 코로나19로 관계를 맺는 일은 더욱 힘들게 됐다. 친한 친구가 생겨도 어려움은 남는다. 상대를 친밀하게 여기는 마음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우정도 사람 사이의 일이라 시간이 지나며 변하기 때문이다. 유미와 진이는 같은 반 단짝이었는데 얼마 후 둘의 관계가 돌변했다. 진이는 유미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가까이 가면 피했다. 갈등이 풀어지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났고 해마다 학년을 마칠 때면 유미 어머니는 담임에게 진이와 반을 다르게 배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미는 학교에서 진이를 마주치면 옛 기억이 떠올랐고, 다른 아이들에게..
토요일 저녁은 시간이 녹아드는 것 같다. 토요일 돌봄 근무가 끝나면 잔무를 처리하며 센터에 머물러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집에 있으니 더없이 좋다. 으스스한 한기가 스며드는 밤마저도 그저 행복하다. 전화는 늘 이런 순간 울린다. 센터가 끝난 뒤 놀이터에서 놀고 왔는데 열쇠는 없어지고, 아버지는 전화를 안 받으시고, 휴대폰 배터리는 곧 꺼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아이는 쭈뼛거린다. 그 앞에도 두서너 아이들이 이런저런 일로 전화를 걸어왔던 터인데, 결국 귀찮은 일이 터졌다. 하지만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 좀 더 두들겨보고, 네가 갔던 친구 집에도 전화를 해서 어른들께 좀 찾아봐달라고 하라고 이르고, 나도 아버지께 따로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정말 받질 않으신다. 금세 또 전화가 울린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