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9일 통계청은 4가지의 인구추계(고위, 중위, 저위, 코로나19 장기 영향)를 발표했다. 보통 3가지 추계를 발표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출생아 수가 통계청의 추계보다 적기 때문에 통계청은 ‘코로나19 장기 영향추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하나 추가해 발표했다. 필자는 통계학자가 아니지만 출생아 수의 약 97%가 공립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가정하에 2032년까지 초등학생 수를 계산해 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코로나19 장기 영향추계로 계산하면 2032년까지 초등학생 수가 47%까지 줄어든다. 저위추계로 계산하면 50%까지 줄고 중위추계로 계산하면 53%까지 준다. 10년 뒤 초등학생 수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1990년생 가임 여성이 1980년생보다 많아서 출생아 수가 2032..
일반적으로 교육의 세 주체는 학생, 학부모, 교사라고 한다. 주체라 함은 예산권을 빼고 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는 국가 교육 예산의 대부분을 내는 세금의 부담자이면서도 예산상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예산이 없는데 무슨 주체란 말인가? 그동안 학부모는 교육의 중심 주체로 설 수 있는 여건과 기반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말만의 주체였던 것이다. 모든 학교에는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같은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 기구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무급 자원봉사가 당연시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회나 학운위는 본래 기대되는 고유의 실제적인 역할보다는 명예직이거나 형식적인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학교에서 매년 학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스펙이 논란이 되면서, 과거 나경원 전 의원의 자녀에 이어 미국 대입제도가 다시 입길에 올랐다. 수사라도 이뤄지지 않는 한 구체적인 시비를 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식 입학사정관제 특유의 광범위한 회색지대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술하고 악용되기 쉬운 제도가 왜 오랫동안 한국 교육의 지향점인 것처럼 여겨졌을까? 보수와 진보가 모두 미국발 교육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인’이 외면되고 ‘시험’이 폄하되었다. ‘개인’은 어떻게 외면되었는가? 서구 선진국은 고전적 자유주의가 토대로 깔려 있는 나라들이고, 그만큼 개인이 누리는 권리의 폭이 넓다. 교사는 교재·수업·평가와 관련하여 상당한 자율권을, 학생은 교과목·교육과정 선택과 ..
“선생님!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3년째 체험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현진이의 하소연이다. 현진이는 입학하자마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리고 친구들 얼굴도 모른 채 집에서 온라인 수업 수강에 돌입했다. 3개월의 시간이 흐르자 꿈에 그리던 학교를 만나는가 싶었지만, 학교는 창살 없는 감옥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교육부 방역지침에 따라 학교는 현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옥죄었다. 코로나19를 난생처음 접하게 된 교사도 현진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학생들의 눈을 바라보며 상호 교감하던 수업 방식은 한순간에 박물관으로 사라졌다. 시커멓고 커다란 눈을 부릅뜬 카메라를 응시하며 혼자 진도를..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교육 공약 가운데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대부분 ‘없다’고 답할 것이다. 무엇보다 뾰족한 대학 개혁안이 나오지 못했는데(발표된 공약은 ‘대학원’ 개혁안에 가까웠다), 이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관계자들을 수평적으로 모아놓은 탓이다. 또한 학부모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정책이 나오지 못했는데, 이는 교육정책단위 구성원 가운데 50·60대 남성이 75%나 된 탓이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아이 교육은 엄마 몫’으로 치부되지 않았던가? 여성의 비율이 75%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사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진보는 사교육의 원인이 ‘서열화’에 있다고 보고, 대학 서열을 완화·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는 사교육의 원인이 ‘공교육 부실’..
텔레비전에서 영양이 표범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보면 약육강식은 자연의 법칙처럼 보인다.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적자생존’ 따위를 배운 사람들은 별 의심 없이 인간사회도 그렇게 돌아간다고 믿는다. 학교에서 배운 인간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이자 약육강식의 역사로 보인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권력자들이 핵폭탄에 집착하는 것도 같은 생각에서일 것이다. 국가들이 앞다퉈 무력을 증강하듯이 개인들도 저마다 좀 더 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부와 권력을 손에 넣고자 기를 쓴다. 하다못해 주먹힘이라도 세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교육 또한 이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학교교육의 기본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름 아닌 ‘필승’일 것이다. ‘홍익인간’은 교과서에나 나오..
왜 세계는 K팝, K영화, K드라마를 주목하면서도 ‘K에듀(교육)’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을까. 이유는 하나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저출생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의 대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학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라는 인류가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하고, 저출생에 따른 생산인구의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제 개편이 필수적이다. 유치원 1년, 초등 6년, 중학 3년, 고교 3년, 대학 4년으로 돼 있는 현 학제를 과감하게 개혁해야만 한다. 개편의 방향은 간단하다. 교육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교육에 투여되는 비용을 줄이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빨리 배출하는 것이다. 세부 방안으로 유아학교 과정 1년을 정규과정으..
원하는 대학을 못 간 많은 고3들과 취업 못한 수많은 젊은이들은 이번 설날에도 친척들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오미크론이 그들을 구해주었을까? 우리 사회처럼 나이가 비교 기준이 되는 사회,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10대와 20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저만치 앞서 달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것은 이들의 좌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30~40대가 되어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면, 뭘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에 왜 그렇게 일찍 좌절했던가 후회하게 되지만 당시에는 그런 눈을 뜨기가 힘들다.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