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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추진할 여성 일자리의 로드맵을 26일 내놨다. 여성 노동자의 임신·출산·육아 지원과 남녀 차별 없는 일자리 환경을 구축해 ‘유리천장’과 ‘독박육아’, 경력단절 등의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눈에 띄는 대책으로는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퇴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신기간에도 1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 임신기간 일부에 한해 실시돼온 노동시간 단축도 임신기간 전체로 확대하도록 했다. 배우자의 출산휴가도 현행 3일 유급에서 10일로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경단녀’로 통칭되는,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재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인건비 세액공제율이 10%에서 30%로 늘어난다.

성차별을 막기 위해 여성 노동자와 관리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토록 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제도의 시행 사업장도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조항이 2019년에 5인 미만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고, 근로기준법상 여성보호조항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다. 임금·승진·해고·퇴직과 관련해 여성이 차별대우를 받았을 경우 사업주가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물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주목된다. 이번 대책에는 새로 도입되는 내용들도 적지 않고, 박근혜 정부 정책에 비해 포괄적이고, 진전된 내용들이다. 충실한 여성 일자리 대책은 심각한 저출산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결혼·출산·육아가 여성의 삶과 일을 억압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과 맞닿는다.

다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실제 기업에서 실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실태점검이 미흡하고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최저임금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2012~2016년 2만337건의 위반행위를 적발했지만 사법처리나 과태료 처분을 한 사례는 0.5%인 92건에 불과했다. 정책 홍보에도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신·육아기 노동시간 단축제도는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지만 ‘활용하고 있다’는 기업이 4~5%에 불과할 정도로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여성인력 고용관행을 재점검하고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성들이 맘편히 일하려면 야근을 당연시하는 기업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남성들이 떳떳하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진다. 모처럼의 정책이 ‘꿰어지지 않은 구슬 서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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