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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은 대통령도 못 바꾼다고들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입시 정책이 시행돼도, 결국 학벌이나 학력, 또는 직업에 따른 임금 격차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친구 간의 학습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길임을 본능적으로 체감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제 최저임금에 상여금, 식비까지 포함되도록 하는 등 사실상 기존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되었다. 노동계나 시민들은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무엇보다도 교사로서 개정안을 반대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올해 초부터 적용되고 있는 16.4%라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당장 실질적 수준의 최저임금액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향후 관련 정책을 가늠할 신호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이제 공부만 잘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학습과 삶의 병행을 조금이나마 꿈꿀 수 있게 했던 ‘파란 신호등’과 같은 역할이었음은 분명했다.
그런데,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내년에 이대로 시행된다면, 학생들은 이러한 정책 방향을 어떤 신호로 해석하게 될까? 긍정적 변화가 학교 안에서 채 나타나기 전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무색하게 학생들은 과열된 경쟁교육 속에서 허우적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현재 아이들 세계에서는 초·중·고교를 막론하고 그들 간의 서열짓기와 혐오문화가 극심하다. 그 근원 역시 동급생 간의 치열한 성적경쟁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개정안을 공포한 문재인 대통령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집권여당과 보수야당이 합작해서 내놓은 이 법안에 대해서는 역사가 냉정히 평가할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오는 14일에 이 개정안의 헌법 합치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입법부도, 행정부도 깊게 천착하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삼권분립의 또 다른 한 축인 사법부를 통해 기사회생하기를 바랄 뿐이다. 실질적 최저임금제가 시행된다는 것은, 적어도 학교 교육에서는 학벌사회와 입시경쟁을 타파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기 때문에도 더욱 그렇다.
<이광국 | 인천 산곡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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