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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를 통해 재난에 대비하는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는 전담부처를 설치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안전처(가칭)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가안전처 신설을 놓고 명령체계가 다른 여러 부처와 기관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기 위해 ‘격상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철저한 원인 규명이 없이 조직개편으로 해결하려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 ‘5분 대기조’같이 즉시 출동 가능한 전문가 집단 필요

우리는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지는 대형 재난을 수없이 경험했으면서도, 또 여객선 참사라는 비극을 맞았다. 세월호 참사는 과거 양적 성장지상주의 경제정책에 밀려 안전과 같은 질적 성장을 소홀히 한 결과다. 숱한 재난사고 때마다 책임자 처벌로 얼버무리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하는 식의 사후대책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 오는지 이번 사고가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기존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꿨다. 그런데도 또 대형 참사다. 이번 참사 역시 인재(人災)요, 관재(官災)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대한민국 안전 관련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 정부에도 재난·안전 관련 부처가 있긴 하다. 그러나 엇박자 소리만 요란할 뿐 시스템이 도통 작동하지 않아 그런 부처가 있어봐야 무용지물이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안행부와 국방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이 보여준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국민 모두를 분노케 했다. 정부는 서둘러 범부처 사고대책본부를 꾸렸지만 총괄사령탑은 국무총리에서 해수부 장관으로 갈팡질팡했다. 또 사고가 발생하자 해수부, 안행부, 교육부, 해경, 지자체 등이 별도 사고대책본부를 차리는 등 대책본부만 10여개에 달했다. 그럼에도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재난 발생 시 초동대응은 필수다. 명령체계가 서로 다른 이질적인 부처 사람들에게는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먹힐 리 만무하다. 정부의 종합적인 재난 관리와 감독기능을 위해 보다 격상된 국가 종합재난안전관리기구가 필요한 때다. 필자는 정부의 재난에 대한 혼선과 무능력한 대응을 보면서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기 위해 총리실 산하 ‘국가재난안전관리처’ 신설을 정부와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제안한 바 있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소를 잃더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또 다른 소를 잃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도 ‘국가안전처’ 신설을 약속했다. 적극 환영한다. 그런데 정부는 안행부 등 기존 부처의 재난·안전 관리 기능을 떼어내 국가안전처 산하로 일원화시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런 식이어서는 안된다. 각 부처에 있는 기존 재난·안전 관리 기능의 근간을 흔들면 또 다른 혼선이 빚어진다. 손을 대더라도 그것은 최소 수준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기구가 없어서 재난 관리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난 발생 시 현장을 일사불란하게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각 부처 재난 관리 기능을 떼어내 국가안전처로 모아두면 소속 부처끼리 뭉치는 또 다른 ‘관피아’를 싹틔우는 토양이 될 수 있다.

국가안전처는 재난이 발생하면 군의 ‘5분 대기조’와 같이 즉시 출동이 가능한 전문가 집단이 되어야 한다. 사고별로 유형화해 특공대처럼 상시 반복훈련을 하는 등 현장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세월호 사고 당시 침몰하는 배의 창을 부수고 선내에 진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그 ‘천추의 한’은 이런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워싱턴에 연방재난관리청(FEMA) 본부를 두고 권역별 10개의 지방사무소와 재난 발생 후 즉각 투입할 수 있는 5000여명의 상시재난 구조 지원 요원을 두고 있다.

지금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부처의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능을 떼어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 기능의 일부는 두고 상시 출동 가능한 기동타격대 또는 군의 특공대 성격의 특수조직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미국의 FEMA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또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안전처장의 요청으로 경찰과 육·해·공군, 그리고 전문가들이 분야를 나눠 입체적인 작전을 펼치되 그 작전권은 국가안전처장으로 일원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철우 | 새누리당 의원>


굳은 표정의 안전행정위 전체회의 (출처 :경향DB)


■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시스템이 작동케 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4월2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적 재난 관리를 총괄 지휘할 가칭 ‘국가안전처’ 신설 계획을 밝혔다.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부재로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관련 부처 간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체계적이지 못한 대응이 부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후 대책이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야심차게 정부 부처를 개편하면서 ‘행정안전부’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안전 관리를 강조했다. 그리고 사회 재난 관리는 안행부 장관이, 자연 재난 관리는 소방방재청장이 관장하는 이원화 체계를 만들었다. 또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을 내세우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겠다’며 정부 3.0 정책도 내놓았다.

결과는 모두 탁상공론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 안행부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두고 총괄토록 했으나 사고 관련 주무부처인 해수부와의 공조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대책에 한계가 노출되자 이틀 만에 대책본부장이 총리로 격상됐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해수부 장관으로 교체됐다. 사고 대응과정을 보면 정부 간 개방, 공유, 소통, 협력 어느 것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공허하기만 했다. 급기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부 대책으로 ‘국가안전처’ 신설을 들고 나온 것이다. 사고 발생 13일 만에 대통령이 서둘러 밝힌 대책이다.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고 내놓은 대책이 아니다.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번 정부의 구조 대응 실패의 근본 원인은 재난 관리 비전문가로 구성된 안행부에 컨트롤타워를 설치한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 해양경찰청의 직무 태만, 현장을 주도해야 할 해수부의 무능으로 요약된다. 이번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재난 대응 기관과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해결책은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해경, 해수부가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했다면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의 능력이 도마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사고만 나면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 그리고 그뿐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실전 시스템을 검증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근본 원인부터 차근차근 규명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근본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공무원 조직의 체계와 문화다. 아무리 좋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축해도 입력은 사람이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재·보고 과정에 시간을 허비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선행조치를 하지 않으며, 공적이 누구 몫이 될까를 먼저 고민하고 행동하는 관료 조직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문제점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물론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와 원인 규명이 전제돼야 한다.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국가 재난안전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개선을 또다시 조직개편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면 1년 전 정부의 탁상공론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더불어 대책 마련을 정부가 독단적으로 주도해서도 안된다. 적어도 이번 대응책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와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해 공론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안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성난 민심부터 수습하자는 식의 급조된 일방적 대응책은 국민을 안심시키지도,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찬열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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