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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 동물보호 및 복지 실태 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지난해 버려진 애완동물은 9만7000마리로 이 중 절반이 열흘 내 ‘안락사’되거나 ‘폐사’했다.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동물보호센터의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어, 예산이 늘지 않는 한 안락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동물보호시민단체는 농식품부가 유기동물 살처분을 줄이려는 근본적 대책 없이 안락사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기동물 안락사를 바라보는 양측 주장을 들어봤다.

■ 동물 상태·관리 여력 따라 불가피한 면 있어

반려동물 산업이 발전하면서 유기동물이라는 사회적 문제도 동시에 생기게 됐다. 한때는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지낸 동물이 주인의 사정으로 버림받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라는 낯선 환경에 보내지게 된다. 새로운 좋은 주인을 만날 수도 있지만 질병으로 죽거나 안락사를 당하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

유기동물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안락사이다. 생명을 죽이는데 찬성·반대를 논한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향후 개선점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좋은 논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금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수년간 동물보호소 수의사로도 일했다. 열악한 상황을 바꿔보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았다. 많은 생명에게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내 손으로 안락사를 한 동물도 많았다. 생명을 끊기 위해 들어간 곳이 아니라서 한동안 정신적으로 힘든 날을 보냈다.

길에서 만난 새끼 고양이나 유기견을 동물보호소에 신고하면 향후 어떤 조치를 받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혹시 안락사되는 거 아니에요?”라는 물음이 가장 많았는데 필자는 이에 대해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안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주곤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다시 동물을 데리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그중에는 유기동물의 실제 주인인 경우도 있었다. 본인이 데리고 온 동물이 안락사 조치가 된 사실을 알고 오열하며 항의한 경우도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공간과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데 신고로 들어오는 개체는 매일 발생한다. 건강한 동물이 대부분이지만 교통사고 당해서 골절상을 입은 동물, 전염병에 걸려서 들어오는 동물, 임신과 분만을 해서 들어오는 동물, 심장질환과 백내장 등이 있는 동물 등 관리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모두 잘 관리되어 새 주인을 만나게 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동물보호소는 대부분 적은 인력으로 많은 개체를 관리하고 있으며 질병관리 등이 취약하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좋은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만 안락사라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안락사보다 더 주목받아야 하는 부분은 자연사라 불리는 병사이. 보호소에 들어오는 동물은 심한 환경 스트레스와 함께 전염성 질환에 취약한 상태이다. 입소 10일쯤 호흡기 질환이나 다른 전염성 질환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병사하거나 안락사를 당하는 상황이 된다. 병사는 동물보호소가 얼마나 질병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돼야 한다.

동물보호소는 유기동물에 인도적인 처리, 동물보호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지만 유기동물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유기동물 문제 해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LES(Legislation·법령, Education·교육, Sterilization·개체수 조절) 개념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하고 체계적인 동물보호법 운영, 동물등록제, 인도적인 동물보호소 운영, 동물 관련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보호교육 활성화, 중성화 수술 홍보, 판매업과 번식업 등의 규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순간에 좋아질 수 없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유기동물 문제뿐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 발전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은 개의 법적인 지위를 통일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개는 반려동물로 보호를 받는 개와 축산 농민의 수익 창출을 위한 개로 구분되어 있으며 동물과 관련된 정책도 이를 구분하고 있다. 식용 목적의 개농장, 비인도적인 번식업자, 사설 동물보호소 등 모두 불법적인 요소가 비슷한 상황이며 생계와 동물보호 부분이 여기서도 충돌하고 있다. 생존권 부분은 고려하되 지속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 민간에서 유기동물 문제를 떠안을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하지만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하면 유기동물 안락사 문제를 좀더 발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명보영 |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회원·광주 주주동물병원 원장>


■ ‘어쩔 수 없다’는 핑계… 생명경시 풍조 없애야

“일하면 자유를 얻을 것이다.(Arbeit macht Frei)”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써 있는 기만적인 문구이다. ‘보호센터’의 이름 아래 유기동물의 47.4%를 10일 만에 죽이는 우리 사회 유기동물보호소의 기만과 닮았다. 유기동물이 극도의 공포와 위험에서 벗어나 ‘보호’되어야 할 쉼터는 거꾸로 ‘죽으러’ 들어가는 곳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유기동물의 수는 9만7197마리고, 이 중에 건강하게 들어왔다 스트레스와 병에 걸려 죽는 수가 2만2204마리, 유예기간 10일이 지나도 가족이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아 ‘안락사’ 혹은 ‘인도적 처리’란 이름으로 ‘고통사’, ‘살처분’ 되는 수가 2만3911마리이다. 연간 110억원을 쓰면서 하는 ‘보호’ 활동이 절반에 가까운 동물을 죽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동물복지 의식 높아지고 있다’는 제목으로 자료를 발표했다. 전년에 비해 유기동물 수가 2%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수는 감소했어도 폐사와 살처분의 비율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안락사는 0.1%포인트 늘었다. 이로써 안락사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매우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자료의 제목은 시민의 ‘동물복지 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가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로 나왔어야 했다.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센터는 361개, 수용능력은 약 5만마리이다. 수용능력의 배에 이르는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월호 사태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오늘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가슴을 후벼파듯이,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동물의 생명을 짓누른다. 정말 어쩔 수 없는가?

시설 부족은 안락사 불가피론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왜 시설확충 대신 살처분을 택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한 마리당 10만원씩 지급되는 지원금은 시설 규모에 맞게 동물들을 보호하기보다 새로운 ‘10만원’을 위해 이미 수용된 동물을 밀어내도록 부추긴다. 그 돈으로는 건강검진도 어려워 수용된 유기동물은 방치되고, 10일 후 살처분 정책이 죽음의 콘베이어벨트를 돌린다. ‘이윤보다 생명’을 외치는 오늘날 이윤, 효율 앞에 생명이 어떻게 발가벗겨지는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투명하게 드러난다.

보호소의 빈자리를 채우는 수원지는 번식장과 경매장이다. 이곳을 통해 최소 연 24만마리의 반려동물이 쏟아져 나온다. 반려인구가 18%에서 주춤하고, 개의 총수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과잉생산과 대량공급은 동물유기의 최초이자 근원적인 이유이다. 어디서나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한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문화를 바꾸지 못한다. 생산과 공급을 통제하는 정책으로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고,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넓히고, 새끼만 낳다 죽어가는 동물을 없애는 게 절실하다. 그 위에 ‘No Kill’ 정책이 채택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노킬운동을 촉발한 에드 더빈은 “유기동물보호소는 집 없는 동물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만일 보호소가 유기동물을 대신해서 싸워 주지 못한다면 보호소라고 부르면 안된다. 보호소는 안전한 피난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빈의 노력으로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는 노킬정책을 수용하고 있으며, 2020년 안락사 종식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독일 노킬정책의 성공 뒤에는 우리와 다른 동물의 법적 지위가 바탕에 있다. 독일 동물보호법 제1조 1항은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 따라서 ‘합리적 이유 없이 동물을 해할 권리가 인간에게 없다’로 시작한다. 이 정신을 바탕으로 대량생산과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즉 독일에는 ‘애견숍’이 없다. 보호소에서는 중성화 수술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개의 반려인은 그에 따른 세금을 기꺼이 내고, 이 돈은 보호소 운영비용으로 사용된다.

다른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인간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폭력이 대상의 타자화에서 시작되듯이 동물은 인간중심주의 질서 속에서 타자로 구성된다. 동물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은 결코 동물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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