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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가 군복무자 가산점 제도 도입을 국방부에 권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복무자 가산점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혜택 수준을 낮췄다고 해도 여전히 위헌적이며,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요구되는 희생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또 선진국에서도 다양한 가산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방부가 군복무자 가산점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회적 필요에 의한 희생, 정책으로 ‘보상’해야

군복무 가산점 제도가 또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는 군복무 가산점 제도 재도입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 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1961년부터 1999년까지 시행했던 제도다. 권고안은 병역의무 이행자가 채용시험에 응시할 경우 만점의 2%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사람은 선발인원의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며, 부여 횟수도 최대 5회까지만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를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바로 이와 같은 제도가 남성 군복무자에게 차등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사회적 평등성을 해치는 것 아닌가 하는 데 있다. 일부 여성단체는 군복무 가산점 제도는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제도로, 가산점이 합격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다소 낮추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위헌성이 상존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평등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으로 구분된다. 결과의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불평등하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보상적인 것과 보완적인 것이 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국가·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개인에게 요구되는 희생과 이런 희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결핍은 ‘보상’해줘야 한다. 군복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어 같은 조건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개인들, 즉 사회적 약자가 갖는 결핍은 사회정책적으로 ‘보완’해줘야 한다. 여성이나 장애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돌이켜보면 군복무 가산점 제도가 폐지된 1999년 이래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도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이 크게 신장됐다. 예컨대 공무원 채용시험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9급의 경우 1999년 20.2%에서 2013년 42.1%로, 7급의 경우 1999년 6.1%에서 2013년 34.2%로 크게 높아졌다.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을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보기 힘들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채용 시 별도의 할당제를 적용받고 있다. 공무원 정원의 3% 이상 채용, 기업체 근로자의 일정 비율 모집 할당, 그리고 장애인연금·의료비·자녀 교육비 지원 등 국가적인 지원 대책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따라서 군복무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가 곧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장애인의 문제는 군복무 가산점제와는 별개의 틀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군복무 가산점 제도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의 재도입에 대한 찬성 비율은 80%에 이르며 남녀 간에 큰 차이가 없다.

일부 여성단체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남편과 아들을 군에 보낸 여성들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군복무 가산점 제도는 양성 갈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하는 쟁점이 있을 수 있다. 가산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보상대책을 강구하라는 반론도 있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물론 다양한 대안적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안은 국가의 많은 재정적 부담을 필요로 한다.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는 위헌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고 과거의 가산점 제도를 대폭 수정하는 등 크게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논란을 접고 국민적 공감 속에 제도 도입을 이른 시간 내에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산점 제도는 특혜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에게 강요한 희생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려와 보상이다.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병역의무 이행 기간 중의 희생을 국가·사회적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병역의 의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풍토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2013년에 조사한 군 가산점 찬반 통계 (출처 : 경향DB)




공직 시험에만 혜택 제한…합리적 방안 모색을

군가산점제 논란이 ‘군보상점제’라는 명칭으로 되돌아온 듯하다. 이번에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통해서다. 군보상점제는 의무복무 제대 군인에 대한 2% 이내의 가산점과 합격 인원의 10%로 제한, 가산점 혜택 부여 기회 5회로 제한 외에 그동안 반복돼 왔던 군가산점제 재도입 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99년 위헌 판결로 폐지된 군가산점제 재도입 논란이 15년째 거듭될 때마다 느끼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의무복무 제대 병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보상 방안이 과연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것도 민·관·군이 지혜를 모아 인권침해적인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출범한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이어서 생뚱맞다는 생각이다.

인권을 존중하면서 성실한 군복무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는 게 목적이라면, 성실히 복무한 모든 군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할 보상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가산점은 성실히 군복무를 마친 사람일지라도 일부는 받을 수 있고, 다수는 받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가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공직의 취업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에게만 제한된 가산점 기회가 부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산점제는 여성을 비롯해 군대에 갈 기회조차 없는 사람에게 공직 진출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부작용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소수점 단위로 합격자가 갈리는 상황에서 이들 가운데 우수한 성적을 받고서도 가산점으로 인한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능력과 무관한 이유로 공직에 취임할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을 위배한다. 가산점이 군복무 중의 헌신과 희생을 보상하고 원활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일지라도, 공직수행 능력과 무관한 요소, 즉 여성·장애인 또는 군복무 기회가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공직에 취임할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제 위헌 판결의 핵심적인 요지임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가산점 비율을 낮추고 합격자 규모, 혜택 횟수를 조정해 이로 인한 피해자의 수가 감소한다 하더라도 공무담임권 침해의 위헌적 요소는 여전히 해소될 수 없다. 피해 당사자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심각할 것임에 틀림없다. 가산점 자체가 위헌이었다면, 국가유공자 가산점제 역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가산점 제도의 외국 사례로 미국이나 대만이 흔히 거론되지만, 우리의 가산점제 논의와 다른 성격의 제도이다. 미국 연방법에 규정된 가산점(US Code5)은 우리나라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가산점과 유사하다. 베트남전, 이라크전, 9·11 테러 등 전시 및 국가 비상사태에 참전한 상이군인 및 전몰자 유가족에게 10%의 가산점 혜택을 주고, 일반 참전 군인에게 5%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전시가 아닌 때의 군복무자에게 혜택을 주는 가산점이 아니다. 대만의 경우는 장기복무 군인에게만 주는 혜택이므로 역시 의무복무 제대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가산점 논의와 확연히 다르다.

과거 우리 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흔한 표현 중 하나가 ‘민·관·군’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여성의 공직 진출이 과거보다 늘었다고는 하나 2013년 정부 인사통계를 보면, 고위공무원단 중 여성의 비율은 3.7%에 불과하고,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14.1%에 그친다. 그나마 개선 가능성이 움트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계층 간 통합을 고려했어야 할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군보상점’ 권고안이 이러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돼 유감스럽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촉발해 온 가산점제 논의에서 벗어나, 재정적 보상 방안을 포함해 군복무를 마친 제대 군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적극 모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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