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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잎이 난분분히 흩날리고 있다. 화사한 봄빛을 터트린 벚나무 아래에 모여 선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눈부시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아이들과 함께 다소곳하게 서 있는 앳된 선생님은 아이들만큼이나 순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마지막 봄이 그렇게 사진 속에 있었다.

정유년 새해 첫날, 기억교실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몇이 반별로 찍은 단체 사진을 벽에 걸고 있었다. 의자에 올라선 아버지의 못질은 서툴렀고, 의자를 꼭 잡고 있는 어머니의 눈매는 매서웠다. 못이 단단히 박혔는지, 한쪽으로 기울지나 않았는지 한참 공을 들인 뒤에야 사진 하나가 걸렸다. 아이에게 떡국을 끓여줄 수도, 새해 덕담을 해줄 수도 없는 부모들은 사진을 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양 온 힘을 쏟았다.

2016년 마지막 날 열린 10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 경복궁 앞에서 새해 세월호 인양을 소망하는 의미에서 촛불로 배 모형과 숫자 ‘2017’을 만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9반은 반 아이들이 다 나온 사진이 없네요.” 9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게 말을 건 어머니가 희미하게 웃었다. 정말 아이들이 몇 되지 않았다. 다른 반처럼 모두 함께 찍은 사진이 있을 텐데, 못 찾은 것이다. 못 찾은 게 어디 사진뿐이랴. 물어보고 싶은 게 어디 그것뿐이랴. 그러니까 사진이라도 있었더라면…….

새해 스물한 살이 되었을 아이들은 여전히 교복을 입은 열여덟 살의 모습으로 사진 속에 있다. 교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아이들 사진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를 보여주지만, 부모들은 그 사진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이 어엿하게 이 세상에 살아있었음을, 그날만 아니었다면 꿈꾸고 부딪치면서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그것뿐이다.

기억교실을 돌아보고 나오다 아까 말을 건 어머니와 다시 마주쳤다. 조심히 가라면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데, 그 인사가 슬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인사를 받나, 또 그들은 뭐 고마울 게 있다고 인사를 하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사 하나가 떴다. 뜬금없이 기자들을 불러 모은 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날 자신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그의 오만함이 부끄러워 정말 견딜 수가 없다.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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