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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이었다. 기차역에서 바라본 김천시는 언젠가 한 번은 들렀을 법한 작은 도시의 모습이었다. 가게가 밀집한 번화가라고 해도 높은 건물이 없었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하나둘 지붕을 잇대어 들어섰을 가게가 즐비한 좁은 도로를 빠져나오면, 눈앞에 거짓말처럼 초록빛의 세상이 펼쳐졌다. 뜨거운 볕에 벼는 부쩍부쩍 자라고 무성한 나뭇잎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작은 중학교가 서 있었다.

“우리 학교 전교생이 17명이에요. 그래서 행사를 할 때면 옆에 있는 초등학생들도 불러오곤 해요. 5~6학년들을 오라고 했는데 괜찮을까요?”

교무실에서 만난 선생님 말에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서로 어색해하지 않을까? 초등학생들이 어려워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염려를 하는데, 2층 작은 강당에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학생들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자, 곧 초등학생 열댓명이 인솔 선생님을 따라 강당에 들어섰다. 강연하는 내내 아이들은 화기애애했다. 초등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질문을 잘했고, 중학생들도 태연하게 말을 잘했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풍경이라서 신기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선후배라 친해요. 그래서 이렇게 같이 행사를 하면 좋은데, 학생들이 점점 줄어드니까 중학교는 큰 학교와 통합해야 한다는 말이 자꾸 나오죠.”

선생님은 학교에서 10여분 떨어진 김천혁신도시에 있는 중학교는 학생이 넘쳐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부모들은 좀 더 큰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해서 작은 학교는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전교생이 17명이니까 선생님들이 아이들 이름을 모두 알잖아요. 그런 학교의 좋은 점을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선생님 말대로 우리는 모른다. 내 이름이 하루에도 수차례 불리면서 자라는 게 어떤 건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한데 어울려 수업을 듣는 게 어떤 건지. 그렇게 여유를 부리면서 자라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죽어라 내달리기만 하라고 윽박지르는 세상에서는 그게 어떤 건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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