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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는 1986년 캐나다 오타와 헌장에서 “세계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 및 만성질환 관리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 세계 각국은 보건정책을 건강 증진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만성질환 관리에 역학적 특성, 생활양식, 다양한 건강결정요인을 고려하되, 의학 위주의 건강수준 향상 전략을 탈피하고, 사회제도 및 정책의 개입과 지역사회 역량 강화 및 참여를 보다 강조했다. 이에 선진국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의료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건강증진체계로 전환했다.
우리나라도 질병 양상이 급성질환에서 만성질환의 증가로 변함에 따라 법·재정·행정의 지원체계 구성을 변화시켰다. 1992년 보건정책에 ‘암·성인병 등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바른 건강생활의 정착’이 주요 정책으로 추가된 것을 시작으로,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의 제정, 1997년 국민건강증진기금 조성, 1998년 보건복지부 내 건강증진과의 신설이 이어졌다. 2015년에는 의료법 개정으로 간호사가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을 담당하도록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은 여전히 질병 치료 중심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의료 이용을 보이고 있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는 평균 17회(OECD 평균 7.4회), 평균 재원일수는 18.1일(OECD 평균 8.3일)로 OECD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이에 더해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의료비 증가로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보건의료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효율적으로 의료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체계를 치료 중심에서 질병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고, 사람과 지역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국민의 건강을 관리했다. 1960년대부터 결핵관리와 모자보건활동, 1980년대부터 의료취약지의 보건진료원은 주민의 1차 건강관리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후 우리나라는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로 인해 병상과 의료장비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의사를 비롯한 활동보건의료인력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미국, 영국,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병원 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의 통합적 건강돌봄서비스로 체계를 전환하면서 간호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간호사는 환자의 집을 방문해 환자의 건강 상태 및 환경, 상황을 확인·판단하여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를 하거나 교육 및 상담, 투약관리 등을 하고, 식사준비나 청소 등의 생활지원서비스도 기획·관리하면서 가정에서 노인이 건강한 생활을 지속하도록 도왔다. 또한 의사나 사회복지사와 연계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의료와 요양 사이에 가교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의료비 절감과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 기여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지역사회 중심 통합 돌봄서비스(커뮤니티케어)’를 발표했는데, 이 제도의 성공적 실현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간호사와 돌봄인력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다양한 직종과 연계한 종합적 건강돌봄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지역사회 중심 통합 돌봄서비스 사업이 성공할 것이다.
<신경림 | 대한간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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