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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무기중개업계의 거물로 통하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1월 합수단이 출범한 이후 대형 무기중개업체를 상대로 한 공개 수사는 처음이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과정에서 5100만달러(약 573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9600만달러(약 1078억원)로 부풀려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4500만달러(약 505억원)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광공영은 터키 무기업체 하벨산사와 방위사업청 사이의 거래를 중개했다. 이 회장은 30년 이상 무기중개업에 종사하면서 군은 물론 다른 분야에도 적잖은 인맥을 구축했다고 한다. 빼돌린 돈 가운데 상당액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개연성이 짙다고 본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는 방산비리 수사의 2라운드가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합수단은 그동안 감사원 고발 등을 토대로 전·현직 군 관계자들을 주된 타깃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직접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민간 부문에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우리는 합수단 출범 당시 방산비리의 몸통을 규명하려면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해외 무기 도입 과정을 수사하는 일이 필수 과제임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위협이 추가 확인될 때마다 정밀 검증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신형 무기 도입 예산을 책정하는 군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합수단은 특정 개인이나 업체를 적발하는 차원을 넘어 군과 방사청, 해외 방산업체, 국내 무기중개업체 사이에 얽히고설킨 커넥션을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사업(EWTS) 비리 의혹이 제기된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돈암동 일광공영 본사에서 수사관들이 본사 건물에서 압수한 금고를 차량에 옮겨싣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번에 문제가 된 EWTS는 공대공·지대공 미사일 공격 등 위협상황에서 조종사의 대응능력을 기르는 훈련장비라고 한다. 2012년 6월 장비 인수식이 열렸으나 북한의 주력 미사일에 대응하는 작전요구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방산비리는 이처럼 군 전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은 물론 국민의 안전,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다. 이적행위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중대 범죄다. 합수단은 수사 대상에 어떠한 성역도 두지 말고, 비리의 핵심에 접근해야 한다. 수사 도중 장애물이 나타난다고 물러서거나 적당히 봉합할 생각도 말아야 한다. 이제는 방산비리의 질긴 사슬을 끊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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