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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교차가 유난히 커 단풍이 화려했다. 요즘 농촌의 하루는 막바지 수확을 하거나 겨울이 오기 전 갈무리해 두어야 할 일들로 분주하다. 하지만 우리의 농촌은 줄어드는 인구와 노령화로 이중고를 겪으면서 일손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자체가 나서 농촌의 부족한 일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구책을 내놓고 있고,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농촌 일손 돕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민간 의료기관과 공동으로 의료봉사와 영농 컨설팅을 함께하는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의료복지 인프라가 부족하고 각종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는 전국 각지의 농촌마을을 찾아 의료봉사와 일손 돕기, 농기계·가전제품의 수리를 도맡아 하는 재능기부 활동이다. 2010년 6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모두 21회 동안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을 다녀간 농촌 주민만 5700여명이 넘는다.

농업종합병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농기계 안전 점검 및 수리는 기본이고, LG전자 서비스센터가 참여해 가전제품 수리도 이루어진다.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술 전문가들이 마을 곳곳 농업현장을 둘러보고 토양관리, 병해충 등 분야별 문제점을 분석하고 상담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어르신의 장수사진을 촬영해 액자로 만들었고, 전문가 수준의 미용 봉사팀은 어르신이 원하는 커트와 염색을 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고된 농사일에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임을 감안해 간단한 한방치료나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여유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헌신과 노고를 아끼지 않고 봉사에 동참하는 한림대와 순천향대, 우석대 의과대 의료진이 고맙고 든든했다. 농촌에는 워낙 고령인구가 많다 보니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도시보다 높다. 농촌에 보건의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은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총조사 지역조사’를 보면 국내 농어촌 마을 10곳 중 6곳은 종합병원이 자동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는 먼 거리의 병원 가기만큼 불편한 일도 없다.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의 방문이 무엇보다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이날만큼은 사람의 병도, 작물의 병도, 기계의 병도 한자리에서 진단하고 고친다.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의 고택인 전남 구례 운조루의 뒤주에 새겨진 글귀다. 다른 사람도 능히 열 수 있다는 뜻이다. 배고픈 사람은 언제든지 와서 뒤주를 열고 쌀을 퍼가라는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읽혀지는 글귀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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