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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청와대 국민청원

opinionX 2017. 11. 15. 11:03

지난 2월 프랑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대선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졌다. ‘정치적 농담’에 가까웠던 온라인 청원운동에 시민 5만명이 참여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유권자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 의회에 제출하려던 청원운동 주도 단체의 ‘담대한 계획’은 무산됐다. 하지만 프랑스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영국은 국민청원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다. 온라인 청원에 1만명 이상 서명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고, 10만명이 넘으면 의회가 논의해야 한다.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투표가 찬성으로 가결되자 재투표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120만명이 참여했다. 올해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추진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입국 반대’ 청원 참여자가 180만명에 달했다. 영국 의회는 “청원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트럼프의 국빈 방문은 내년으로 연기됐다.

한국에서도 국민청원 열기가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가 개설한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분야의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청와대는 “시민이 물으면 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30일간 20만명이 서명한 청원에는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발생한 이후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원에 40만명이 서명하자 “소년법 개정은 청소년 범죄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두번째 공식 답변을 준비 중이다.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에 23만여명이 서명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다. 2008년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야 한다는 청원에 47만여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시민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집단적 압력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견해와 말이 시끄럽게 부딪쳐야 꽃처럼 만개한다. 획일적 사고와 침묵이 지배하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사회가 낫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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