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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권고에 대한 이행계획을 발표한 후, 문화예술계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은 예술인의 매서운 비판은 충분히 이해된다. 문체부도 블랙리스트 문제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로운 창작환경을 지키지 못한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실장 직위 3개를 폐지하고 실장급 3명을 국장급으로 강등하는 조치를 취했다. 감사원 감사로 9명에게 징계·주의 조치를 했고, 감사원이 경징계를 요구한 공무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권고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 경험 전문가의 자문 등 법리 검토를 거쳤다. 수사 의뢰와 징계는 정서적 판단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중징계를 받은 고위공무원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게 패소 원인이다.

책임규명 권고 대상 131명 중 징계가 0명이라는 주장이 있다. 131명 중 문체부 소속은 모두 56명(수사 의뢰 12명, 징계 권고 44명)인데, 수사의뢰 대상자 중 5명이 검찰에 수사가 의뢰되었다. 검찰이 기소할 경우 직위해제할 수 있고, 재판에서 금고 이상 선고유예나 실형을 선고받으면 당연 퇴직하게 된다. 공무원으로서는 가장 가혹한 처벌이 될 수 있는 조치다.

문체부가 법적 징계권을 갖고 있는 대상자는 44명이었지만 과장급 이상 22명은 이미 감사원 감사로 주의 처분을 받았거나, 퇴직해 징계를 할 수 없거나 징계시효 경과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없는 상태였다.

문체부는 과장급 이상 12명(수사 의뢰 권고자 2명 포함)에 대해 주의 조치를 했다. 지난해부터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21명이 징계·주의 조치를 받은 셈이다. 사무관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도 책임을 물어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인사 조치를 했으며, 3명의 재외 한국문화원장도 해당 부처에 조기 복귀하도록 조치했다.

블랙리스트가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블랙리스트 관련 공무원들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을 소상하게 밝혔다. 통렬한 반성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백서이다. 백서는 10월 중 출간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블랙리스트 지시·작성·이용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제도 개선 85개 세부과제가 조속히 추진되도록 예술인들도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 앞으로 이러한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누구도 블랙리스트를 만들거나 시행하는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우성 |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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