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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자문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사법발전위)가 2일 회의를 열어 ‘수요자 중심의 사법접근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위원들이 사전 제출한 보고서에 비춰보면 사법발전위는 일부 재판에만 적용되는 영상재판을 확대하고 온라인재판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발전위가 대법원장 직속임을 고려할 때, 김명수 대법원장 의중이 실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 대법원은 3054억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스마트법원 4.0’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민의 사법접근성을 확대하자는 취지이지만 자칫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대법원이 앞서 외국산 영상·음향 장비를 턱없이 높은 가격에 구매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영상재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상재판은 1995년 12월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됐다. 그러나 이용 건수는 1998년 778건까지 늘었다가 2000년 400건으로 줄었고, 2001년 4월 이후엔 사실상 중단됐다. 2016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영상재판을 통한 증인·감정인 신문이 가능해졌지만 이후 2년여간 활용 건수는 시범사업을 포함해도 12건에 불과하다. 형사재판에서의 영상 증인신문도 2015년 407건에서 2016년 306건, 2017년 226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처럼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도 대법원은 온라인재판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스마트법원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터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대법원이 개당 225만원에 사들인 미국산 영상·음향 컨트롤러는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서 약 17만원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의 10배도 넘는 고가에 장비를 사들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온라인재판 도입·영상재판 확대 등은 기존 재판시스템에 중대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기존의 저조한 영상재판 활용률 등에 비춰봐도 조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법원 내부는 물론 검찰·변호사 등 관련 직역까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우선이다. 혹여 ‘김명수 대법원’의 치적을 남기고자 서두르는 것이라면 더욱 큰일이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치적을 남기려다 최악의 사법농단을 낳은 전임자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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