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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7월1일부터 서민층의 전기요금 부담 경감을 위해서 여름 한철 전기요금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돈 적게 낸다니 반가운 소식인 것 같은데 전기요금 인하가 환영할 만한 일일까?

우선, 서민층 전기요금 부담 경감이란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전기요금 인하가 적용되는 구간은 한 달에 301㎾h에서 600㎾h를 사용하는 가구에 해당된다.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는 6단계 누진제로 되어 있는데 92%의 대부분 가구들은 4구간 이하에 해당되는 전기 소비, 즉 400㎾h 이하를 쓴다. 301㎾h부터 400㎾h를 쓰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 정도이고 400㎾h를 초과해서 쓰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8%밖에 되지 않는다.

싼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행태의 변화로 이어진다. 여름철 에어컨 전기 소비량을 더 늘려도 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전기 소비는 일정치 않다. 많이 쓸 때도 있고 적게 쓸 때도 있다. 주말 저녁과 같이 전기를 적게 쓸 때는 원전 설비로 따지면 50개 분량의 발전소가 쉬어도 될 정도이고 주중 한파가 몰아치거나 뜨거운 여름에는 순식간에 모든 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도 있다. 그때가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한다. 소위 ‘피크’라고 불린다. 피크타임 때 전기가 모자라게 되면 정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력당국은 최대전력소비가 얼마가 될지를 예상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최대전력소비에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발전소 고장까지 고려한 설비예비율을 감안해서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소 건설 계획을 2년마다 세우는 것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가구 전력소비량별 여름철 전기요금 감소액_경향DB



우리나라는 어느 때부터인가 전기 소비가 급증했다. 경제규모 대비 우리보다 1인당 전기 소비가 많은 나라는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전기로 열을 만들어 쓰는 낭비적인 구조가 정착된 때문인데 전기난방과 전기냉방이 많이 보급된 결과다. 그래서 피크는 겨울과 여름에 발생한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이미 석탄이나, 석유, 가스를 태워 우라늄으로 핵을 분열해 열을 만들어서 이 중 30~40% 정도만 전기로 바뀌는데 이 전기로 다시 열을 만들어 쓴다는 것은 너무나 낭비적이다. 전기냉방에서도 열이 쓰이는 원리는 마찬가지다. 전기난방이든 전기냉방이든 모두 전기 열소비의 한 형태이다.

싼 전기요금 때문이었다. 1980년대 발전설비가 10기 중 6기 이상이 여유분이었던 시절, 전기요금을 9차례나 인하했고 전기요금은 너무나 싸서 가스로 난방하기보다 가스로 전기를 만들어 그 전기로 난방하는 게 더 싸게 된 것이다. 그 이후 비정상적인 전기수요 급증은 물론 여름과 겨울철의 전기냉난방으로 인한 최대전력소비 급증의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전력당국은 이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서 최대전력소비, 즉 피크를 관리하는 정책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최대전력소비를 다른 시간대로 분산시키면 굳이 발전소를 더 지을 필요가 없으니 효율적인 전력수급 관리가 되고 국가적으로도 이익이고 발전소 건설에 따른 여러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

피크를 관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웃 일본처럼 상가나 가구와 계약을 맺어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때에 전기냉방기를 10분 정도씩 원격 조정해서 끄도록 하는 방법도 있고 시장원리를 이용해 피크 때의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갑자기 올여름 전력 소비를 더 하라고, 최대전력소비를 더 끌어올리는 전기요금 인하 시책을 발표했다. 곧 확정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줄어들고 있는 전력 소비 증가율을 다시 높게 잡으면서 신규 원전 2기 추가 건설 계획이 들어 있다. 줄어들고 있는 전기 소비를 늘리는 목적이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을 위한 것일까.
이번 전기요금 인하가 정말 반갑지 않은 이유다.

양이원영 |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팀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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