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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탈원전을 당론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제 당 부설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의 ‘한국 원자력의 미래’ 강연에서 “탈원전이 우리 당의 당론인지 애매하다”며 “빨리 당론으로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이 발언으로 탈원전 당론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탈원전은 새정치연합이 이미 지지해왔던 에너지 정책 기조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던 문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당시 공약의 주요 내용은 신규 원전 백지화를 비롯해 수명이 종료된 원전 가동 중단 및 폐로 절차 추진, 안전에
문제가 있는 원자로의 조기 폐쇄 등을 강구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원전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탈원전 정책 기조는 새정치연합으로 이어져 강령과 정책 등에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그동안 탈원전 문제에 일관성과 책임성을 갖고 정면으로 대응해 왔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문 대표도
지적했듯이 당내 원전대책특위나 탈핵의원모임 등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 간에 상당한 온도 차가 있었고, 원전 관련 주요
현안을 놓고도 당 차원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문 대표도 인정했듯이 탈원전 문제를 한번도 당의 주요 정책결정 기구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 겨우 특별위원회라는 주목받지 못하는 기구에 미뤄두었을 뿐이다. 비록 늦었지만 문 대표가 “이제는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한다”며 당내 논의를 공식화할 뜻을 밝힌 것은 다행한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_경향DB
제1야당이 탈원전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겠다는 것은 국가 에너지 정책이나 기후변화 대응 등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비롯해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논란, 송전탑 갈등,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신기후체제 대비 등 대형 현안에
대한 기존 논의에 근본적으로 달리 접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정책의 근저에 정부의 원전 의존 에너지 정책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탈원전이 그저 듣기 좋은 정치 구호가 아닌 실천적 과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원전이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고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이라는 막연한 주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안전성과 경제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장·단기 전력 수급이나 에너지 계획 전반에 관한 정교한 대안을 제시할 능력까지도 갖춰야 한다.
이를테면 탈원전을 위해 불가피한 전기요금 인상을 주도할 의향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한 투자 재원을 얼마나
어떻게 마련할지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신기후체제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에도 반발하는 산업계를 설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폐로 기술 확보나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찾는 것도 큰 숙제다. 이런 모든 난제를 풀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인 정책 수단을
내놔야 탈원전 당론의 의미가 온전히 부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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